[칼럼] 환율 고공행진 막을 고육책도 필요
경기침체·가계빚 염두에 둔 韓銀
美보다 금리인상에 미온적이지만
수입물가 상승 등 부작용도 걱정
환율 안정 위한 방안 검토해볼 때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달러당 환율이 약 1년 전에 1150원에서 1160원 사이를 변동했고 불과 6개월 전에는 1210원에서 1230원 사이를 오르내렸었는데 8월 초 1300원을 넘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1400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와 같은 환율의 움직임은 1년 전에 달러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으면 지난 1년간 약 18%의 원화 표시 수익률을 올린 것을 암시한다.
환율은 두 국가 통화의 교환 비율이다. 달러당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의 가치가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누가 외환을 수요 또는 공급하는 것일까를 파악하는 것이 현재 환율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외환은 외국과 일반적인 상거래를 하는 경제주체들이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 재화 또는 서비스를 수입하는 경제주체들은 결제를 위해 미국 달러를 보유하고자 한다. 반면 국내에 거주하는 경제주체가 외국에 재화 또는 서비스를 수출하는 경우 결제 시 받은 미국 달러를 원화로 바꾸고자 하고 이는 시장에서 외환 공급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타국과 재화 또는 서비스 거래로 발생하는 수지 타산은 외환시장에서 경상수지로 계측이 된다. 현재 한국의 경상수지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규모가 감소했지만 흑자를 보인다고 한다. 이는 외국과의 재화와 서비스 거래로 발생하는 외환에 대한 공급이 수요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외국과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이 현재의 가파른 환율 상승을 야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외환은 외국과의 상품 또는 서비스 상거래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외국의 금융자산에 투자할 때도 필요하다. 한국 거주 투자자가 미국 시장에서 유망한 주식을 발견해 투자하고 싶다면 원화를 미국 달러로 교환한 뒤 마음에 드는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반대로 외국 거주 투자자가 한국의 국내 기업에 지분 투자를 원한다면 미국 달러를 원화로 교환한 뒤 투자가 가능하다. 금융거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두 국가의 이자율 차이가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자율이 높은 국가는 (두 국가의 위험 정도가 같다면)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기 때문에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그 통화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해당 통화의 가치가 충분히 상승해 미래 하락이 예상돼 더 이상 이자율 격차가 매력적이지 않게 될 때까지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이자율 평형가설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자율을 높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빅스텝·자이언트스텝으로 불릴 정도로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이자율을 올리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행은 미국보다 완만하고 점진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러한 이자율 상승 속도의 차이로 인해 현재 양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다. 다음 달 미국 중앙은행이 다시 한 번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미국보다 낮은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다면 현재 환율 급등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가파른 금리 인상을 거듭 천명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과 더불어 경기 침체, 가계부채 등도 고려하면서 금리 인상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지속되면 환율의 고공 행진은 계속될 것이고 이는 투자자금 유출뿐 아니라 수입물가지수를 올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에 한국은행은 환율과 물가 안정을 위해 더 과감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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