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뒤

여론독자부 2022. 9. 14.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니라네.

앞인 그대가 고생했네.

나는 그저 묵묵히 그대만 믿고 따랐을 뿐이네.

그대가 잘나갈 땐 나도 덩실거렸고, 그대가 속울음 울 땐 나도 흐느꼈다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주현作
[서울경제]

나는 본 적 없네

나의 뒤

한번쯤 안아보고 싶어도

너무 먼 나의 뒤

한때 잘나가던 시절에도

뒤는 외로웠으리

삶이 부끄러울 때마다

먼저 어깨를 낮추고

생이 고단할수록

두둑한 뒷심으로 버텨 준

가면을 씌울 수 없는

민낯의 뒤가 나의 앞이었으면

아니라네. 앞인 그대가 고생했네. 늘 걸어온 길보다 나아갈 길이 걱정 아닌가. 나는 그저 묵묵히 그대만 믿고 따랐을 뿐이네. 스마트한 세상, 구글 맵 열면 초라한 골목까지 알려주지만, 인생은 아직도 지도 없는 여행 아닌가. 그대가 잘나갈 땐 나도 덩실거렸고, 그대가 속울음 울 땐 나도 흐느꼈다네. 하지만 모른 척할 때가 더 많았네. 그대가 돌부리를 걷어찰 때도, 한 잔 술에 비틀거릴 때에도. 내 평안한 민낯은 그대 불편한 가면 덕분이라네. 그대가 벤치에 누워 별을 볼 때 등 좀 배기는 거 아무것도 아니라네. 맞바람 헤치며 앞으로 가시게. 뒷바람 밀며 끝까지 가겠네.

-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