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어렵게 당첨된 '로또 아파트'..지금은 '마피' 걱정?

채신화 2022. 9.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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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기대했는데, 속속 분양권 가격 하락
인천·대구 등 비롯 강남에서도 마피 등장
집값하락·금리부담에 식어가는 청약시장

이른바 '로또 아파트'들의 당첨금액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분양 당시엔 집값 상승기로 '억' 단위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던 아파트들도 최근 가격이 조정되면서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포착된다. 

집값 고점 인식, 금리 부담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분양권·입주권 시장도 차갑게 식어가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입지 등 경쟁력이 뛰어난 단지가 아니면 더이상 '로또 청약'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어렵게 당첨됐는데...'로또 아냐'

최근 전국 곳곳에서 신축 아파트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집값 하락, 금리 인상 등으로 매매 시장이 꺾이자 분양권·입주권 시장까지 영향이 번지는 모습이다.

2019~2021년 부동산 상승기에 분양해 '로또'를 기대하고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들도 현재는 프리미엄이 크게 떨어지거나 '마피'를 기록하고 있다. 

천안시 동남구 청수동 '청수행정타운금호어울림'은 지난 2020년 전용면적 84㎡를 2억9050만~3억2280만원에 분양했다. 당시 시세보다 1억~2억원 정도 낮은 분양가로 일대에서 '로또 아파트'로 인식되며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대 1, 최고 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엔 같은 평형이 2억9360만원에 나와있다. 사실상 분양가에서 프리미엄을 거의 얻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같은 해 분양한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주안파크자이더플래티넘'도 전용 59㎡가 3억8950만~4억4900만원에 분양했으나 현재는 같은 평형이 3억8745만원까지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당시 분양가가 시세 대비 저렴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대규모 단지, 신축 희소성 등이 작용하며 향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됐다. 그 결과 미추홀구 최다 청약 건수를 기록하며 1순위에서만 평균 12대 1, 최고 61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2019년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 15대 1을 기록했던 대구 중구 태평로3가 '대구역경남센트로팰리스' 전용 84㎡의 분양권도 3억3930만원까지 내렸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의 분양가는 5억930만~5억3900만원이었다.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권에서도 분양권의 몸값이 떨어지고 있다. 

2020년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 59㎡는 12억1255만~13억2504만원에 분양해 한때는 분양권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으나 현재는 19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떨어진 상황이다. 

올해 1월 분양한 송파구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 전용 65㎡ 분양권은 최근 14억226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동일면적 분양가인 13억4430만~14억7260만원과 비교하면 50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이 단지는 국내 첫 리모델링 아파트로 분양가가 송파구 역대 최고 수준인 3.3㎡(1평)당 5200만원이었에 나왔으나 29가구 모집에 7만5382건이 접수돼 평균 25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권 거래도 확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 1~7월 분양권·입주권 총 거래 건수는 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0건)과 비교해 75%나 감소했다. 

'로또 청약' 시대 막 내리나    

신규 청약 시장의 분위기도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7월 말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701만9253명으로 전월(2703만1911명) 대비 1만2658명 줄었다.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을 통합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2009년 출시한 이후 전국 단위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 가입자수는 5월 625만5424명, 6월 625만1306명, 7월 624만4035명 등으로 6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신규 가입이 안 되는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가입자수도 6월과 비교해 한 달만에 5400여명 줄었다. 올 상반기 분양 물량이 역대급으로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청약 당첨자를 제외한 상당수가 기존 청약통장을 해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0.4대 1로 전년 동기(19.8대 1)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순위 경쟁률도 19.3대 1에서 10대 1로 떨어졌다.

공사비 상승도 청약 시장에 냉기를 더하고 있다. 시멘트, 철근 등 건축 원자재 가격은 물론 인건비, 토지비가 동시에 오르며 신규 분양 단지들의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 용두1구역6지구 공공재개발 사업의 평당 공사비가 약 922만원에 책정, 역대 아파트 신축 공사비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더이상 '로또 청약'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고주택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지자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축소됐다"며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수도권이나 지방 지역에서 조정 국면이 더 크게 오고 있는데 그런 지역의 분양 아파트들은 마피까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분양가 규제를 피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지방 아파트의 경우 청약을 받는 게 오히려 재고주택을 사는 것보다 더 손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분양가 규제를 받는 단지 중 입지 등 경쟁력이 있는 일부 단지는 여전히 '로또 청약'이 유효한 만큼 '청약 옥석가리기'는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원자재값 인상,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지금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분양가상한제,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는 지역의 신축 아파트들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로또 청약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 5~6년 전 분양가가 어느정도 확정되는 사전청약 단지나 강남 등 입지적 강점이 있어 수요가 높은 지역 등은 시세차익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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