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격차 있다" vs "턱밑까지".. 물량 공세로 삼성·LG '위협' 中 TV
LCD 패널 시장 장악 후 점유율 늘려가는 중
中 LCD 기술, 韓 90% 수준 이른 것으로 판단
삼성 "기술 격차 있다", LG "OLED로 차별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TV 강국인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강구도로 짜인 글로벌 TV 시장에서 급속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상황 인식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기술력 차이를 더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는 반면, LG전자는 턱밑까지 따라온 중국 업체를 실체적 위협으로 분류하고 있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2억879만대로 예상된다. 전년과 비교해 약 2% 줄어든 수치다. 이 전망대로라면 한해 TV 판매량은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카타르 월드컵이라는 TV 시장 호재 속에서도 수요 부진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세계 1, 2위를 나란히 달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4130만대(19.8%), 2580만대(12.4%)를 출하할 것으로 여겨진다. 매출액은 여전히 세계 절반을 차지하지만, 출하량 기준으로는 두 회사 합산 30% 초반으로 떨어졌다. 중국 TV 제조사들이 양(量)으로 밀어붙인 탓이다.
중국 TCL은 올해 2450만대(11.7%) 판매로 LG전자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두 회사의 출하량 차이는 2019년 684만대, 지난해 276만대, 올해 130만대로 좁혀지고 있다. TCL과 중국 TV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하이센스도 올해 2140만대(10.2%) 판매가 점쳐진다. 옴디아 전망에서 하이센스의 TV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두 중국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21.9%로, 전년 대비 2.3%포인트 늘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각각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중국 업체의 약진은 TV용 LCD 패널 시장 장악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특히 TCL의 경우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를 통해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과거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로 했던 전략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중국의 경우 시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TV 제조 수직계열화가 내는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CSOT는 지난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LCD 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TV용 LCD 패널 시장 철수로, 삼성전자는 현재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로부터 LCD 패널을 전량 공급받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의 LCD TV 기술력은 이미 한국 기업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선필 LG전자 TV CX(고객경험) 담당 상무는 “LCD 기술만 보면 TCL과 하이센스의 경우 우리가 지닌 기술의 90%를 따라왔다”라며 “하이엔드 제품이 아닌 4K(해상도 3840×2160) TV 기준으로 동등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했다.
중국 업체들은 8K(해상도 7680×4320)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삼성전자가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채용한 LCD TV 브랜드 ‘QLED’로 가장 앞섰다고 평가하는 시장이다. 중국 업체들은 8K TV 시장에서 지난 2분기 전년 대비 128.7% 성장한 3만3065대의 TV를 출하(옴디아 집계), 영향력을 높이는 중이다. 이에 따른 8K TV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15.4%에서 올해 32.1%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8K TV 점유율은 2분기 6만2007대다.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점유율도 2019년 86.1%에서 2020년 70.5%, 지난해 66.1%, 올해 상반기 63.1%로 줄고 있다. LG전자의 8K TV 점유율은 2020년 11.9%, 지난해 9.1%, 올 상반기 5.5%다.
삼성전자는 중국 TV의 약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최근 TV 판매의 돌파구로 여기는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제품군과 관련해서는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스크린은 소비자의 생활방식에 최적화된 제품을 이른다. 가구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참여한 ‘더 셰리프’, 미술 갤러리 역할을 하는 ‘더 프레임’, 세로 비율 영상에 최적화된 ‘더 세로’ 등과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55인치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아크’ 등이 속해 있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지난 6일(현지시각)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라이프스타일 TV를) 중국계 기업이 따라오는 조짐이 보이지만 전시용 콘셉트가 많았던 것 같다”라며 “라이프스타일 제품은 껍데기만 바꿔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를 가능하게 가기 위한 개발 노력과 기술이 필요해 쉽게 복제할 수 없다”라고 했다.
반면 LG전자는 중국 TV의 약진에 대해 실체적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 LCD 패널 기술뿐 아니라 화질 향상을 위한 통합칩(SoC)이나 기능 등을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TV의 본래 목적이 ‘영상 매체는 보여주는 일’에 있는 만큼 이런 중국 업체의 기술 향상이 머지않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특히 LG전자는 LCD TV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LCD 기술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분석한다. 대신 아직 기술적 우월도가 분명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선필 LG전자 상무는 “TV용 OLED 패널은 아직 중국이 만들지 못하고 있어 투자 가치가 있다”라며 “현재 (LCD) 기술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기보다 경험으로 (중국과의) 차이를 내야 한다는 판단으로, 결국 어떤 고객 경험을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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