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에 소규모 펀드 정리 속도..운용업계 "투자자 불만 커질 수도"

권유정 기자 2022. 9.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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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 일환
일정 비율 넘으면 신규 출시 제한
환매 권유 등 임의해지 절차 도입

금융당국이 소규모 펀드 규제를 강화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환매를 권유하거나, 강제 환매되는 상품들이 생겨나고 있다. 소규모 펀드란 설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자산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의 상품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 투자자에게 인기가 없는 펀드라고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 내부. /금융위원회 제공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소규모 펀드를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됐다.

올해 들어 공모펀드 시장은 개인투자자 유입이 감소하면서 위축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공모펀드 순자산은 29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5000억원(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순자산은 29조1000억원(5.6%) 증가한 54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위는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운용사들이 소규모 펀드를 정리하도록 촉진하는 방안을 내놨다. 향후 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중 소규모 펀드 비율이 전체 펀드 5%를 넘고 그 수가 3개 이상일 경우 신규 펀드 출시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판매사를 통해 삼성배당주장기30증권자투자신탁 환매 신청을 권유했다. 삼성전자 우선주 등 시가배당률 상위 기업과 국채 등 채권에 동시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4년에 설정됐다. 올해 6월 기준 순자산 규모는 7억원, 1년 수익률은 -4.9%다.

신한자산운용의 신한리디파인k200증권투자신탁도 환매 권유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동시에 지수가 하락해 변동성이 높아지면 풋옵션 매수분으로 수익률을 방어하는데 초점을 맞춘 상품으로 2018년에 설정됐다. 전날 기준 순자산은 3억원, 1년 수익률은 -21.91%다.

통상 운용사는 소규모 펀드를 정리하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모집하거나 ▲임의해지 ▲모펀드 이전 ▲합병 등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은 임의해지로 펀드 운용을 중단하고, 투자자에 투자금을 반환하는 것이다. 임의해지 전 일정 기간 동안 판매사 등을 통해 투자자에 환매 신청을 권유하는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한편, 소규모 펀드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금융당국 방침에 대한 자산운용업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소규모 펀드 수를 규제해 투자자 수익률을 제고하고, 운용사의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본인 의사와 달리 사라지는 펀드에 오히려 불만을 갖는 투자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전략이나 시장 방향성에 확신 때문에 소규모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도 일부 있다”며 “펀드가 반강제적으로 청산되는 과정에서 수익이든 손실이든 본인이 원치 않는 타이밍에 확정을 지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민원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치거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여력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장은 투자자 관심이 없는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라 소규모 펀드가 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금이 몰릴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블록체인, 전기차 펀드가 지금처럼 인기를 끌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운용사 입장에선 이런 메가 트렌드를 어떻게 선점하는 지가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인데, 트렌드를 일찍 캐치했다고 해도 소규모 펀드가 될 걱정부터 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운용사의 전체 공모추가형 펀드 가운데 소규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16년(7.2%), 2017년(6.4%), 2018년(5.8%)에는 3년 연속 비중이 감소했지만, 2019년(7.2%), 2020년(7.6%)에는 다시 반등하더니 지난해와 올해는 5%대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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