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美 FDA넘었다".. 바이오시밀러 넘어 이제 K-항암 신약 시대로

김명지 기자 2022. 9.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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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국산 항암 신약으로 최초로 FDA 승인
한미약품 비소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
HLB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
유한양행 폐암 치료제 '렉라자' 줄줄이 FDA 승인 대기 중
한미약품 본사. ⓒ News1

“한미인 모두에게 창조와 혁신, 도전의 DNA를 심어주신 임성기 선대 회장님의 꿈과 열정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바이오 신약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가 미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은 지난 9일 오후, 한미약품 내부 홈페이지에 이런 문구의 팝업창이 떴다. 롤론티스는 호중구 감소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이번 미국 FDA 허가는 고 임성기 회장 생전에 한미약품이 개발에 들어간 지 10년 만에 이룬 성과이다.

롤론티스 시판 허가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날아든 오랜만의 경사이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지난 2019년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이후 3년 만이며, 국산 항암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중구 감소증은 외부 침입자를 막아내는 백혈구의 하나인 호중구가 줄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혈액 질환이다. 암 환자가 항암제를 쓰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주로 나타난다. 롤론티스는 호중구 감소증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용도로 쓰인다. 한미약품은 이날 “(롤론티스는) 끝없는 도전이 일군 성과”라며 “제약강국을 위한 글로벌 한미의 크고 단단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이 미국 시장 진출 물꼬를 터주면서 FDA에서 심사 대기 중인 국산 항암 신약 후보군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오는 22일 한미약품의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인 ‘포지오티닙’이 FDA 자문위원회 화상회의를 앞두고 있다.

美제약사 스펙트럼은 지난 2018년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한미약품이 개발한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 광고판을 전시관 부스 전면에 세워뒀다. ⓒ News1

한미, 한해 FDA 승인 신약 두 개 목표

FDA 자문위원회는 통상 의약품 승인 예정일 두 달 전에 열린다. 날짜로 보면 포지오니팁의 FDA승인 여부는 오는 11월에 결정된다. 포지오티닙이 성공하면 미 FDA 허가를 받은 국내 일곱 번째 신약이 된다. 동시에 한미약품은 미 FDA로부터 한 해 신약 두 개를 허가 받은 회사가 된다.

포지오티닙은 폐암의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 폐암에서 HER2 엑손20의 ‘G778′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암제다. 이런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는 기존 치료제로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포지오티닙은 치료제가 없던 분야에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 9~13일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된 임상시험 결과도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알려지면서, 포지오티닙이 연내 승인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포지오티닙 외에도 FDA 승인을 기다리는 국산 항암 신약 후보들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바이오벤처인 HLB가 중국 항서제약과 함께 개발 중인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이다. HLB와 항서제약은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PD-1 면역항암제)을 간암 1차 치료제로 병용하는 요법으로 미 FDA에 도전한다.

리보세라닙은 이번 유럽종양학회에서 공개된 병용 요법의 임상 3상 결과가 예상을 뛰어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대를 모았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80%로 다소 높았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경쟁 약물과 비교해 암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이 훨씬 길어졌다.

9~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 참석한 한용해 HLB 생명과학 대표 ⓒ 뉴스1

병용 요법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mOS)은 22.1개월로 대조군인 간암 1차 표준 치료제 넥사바 투여군(15.2개월)과 비교해 7개월 이상 길었다. 22.1개월은 간암 치료제 역사상 가장 긴 생존기간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HLB는 임상 3상 결과 발표에 앞서 FDA에 사전 미팅을 신청했고, 늦어도 오는 10월에 미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도 대표적인 국산 글로벌 신약 후보군으로 꼽힌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지난 2015년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해 자체 개발한 폐암 치료제이다. 지난해 1월 31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도 한미의 포지오티닙과 마찬가지로 비소세포 폐암 환자를 위해 개발된 먹는 항암제이다. 1차 항암치료에 약효를 보지 못한 환자 중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양성인 경우 사용할 수 있다.

유한양행 폐암신약 '렉라자'. ⓒ 뉴스1

기존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는 환자 절반에서 돌연변이 내성이 발생한다. 뇌 전이도 흔히 일어난다. 렉라자는 내성 극복을 위해 개발됐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3세대 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같은 약효 원리를 갖고 있지만, 특히 렉라자는 뇌에 암이 전이된 환자에도 효능이 우수하다고 회사는 밝혔다. 약물이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해 뇌 전이 환자에서도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항암 효과가 우수하고 피부발진, 설사와 같은 부작용과 심장 독성 우려도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11월 미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수출했다. 얀센은 자체 개발 중이던 항체약물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라자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유한양행은 렉라자 단독요법에 관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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