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에 삼성전자 RE100 까지.. 재생에너지 장 열렸다
미국이 ‘그린 산업’에 10년간 3690억달러(약 510조원)를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 데 이어 삼성전자의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가입까지 임박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자 일부 기업은 주력 사업 투자를 철회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주 중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RE100 가입을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다. 가입 대상은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다. 2014년부터 지난달 기준 현재까지 구글과 애플 등 379개 글로벌 기업이 RE100에 가입했고, 한국에선 최근 가입한 네이버(NAVER)까지 22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까지 RE100에 합류하면서 재생에너지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삼성전자 글로벌 에너지 사용량의 5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제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전력소비 상위 5개 기업은 작년에만 47.7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썼는데,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 불과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열악한 국내 재생에너지 수급 여건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RE100을 지키기 위해 공장을 해외로 돌려야 할 수도 있다”며 “재생에너지 기반이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는 만큼, 정부와 업계는 재생에너지를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요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대기업의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업계에는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시행된 미국 IRA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 감축하고, 이를 위해 10년간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산업에 369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태양광, 풍력 설치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달부터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제도가 시행된 것도 재생에너지 수요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힌다.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자가 한국전력 등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려면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한전이 중계 역할을 하는 제3자 PPA 제도를 이용해야 했다. 직접 PPA 제도가 시행되면 재생에너지 구매 선택 폭이 넓어져 국내 기업의 RE100 참여가 활성화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있는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하는 OCI와 모듈을 만드는 한화솔루션은 물론, 씨에스윈드와 삼강엠앤티, 씨에스베어링 등 풍력 업체들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그에 맞춰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도 늘어나는 만큼 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도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기업은 주력 사업 확대를 잠시 멈추고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수요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1600억원을 들여 인조가죽 등을 만드는 원료인 질산유도품(DNT) 생산설비를 확충하려다 철회했다. 대신 국내 태양광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7617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이 앞으로 케미칼이 아니라 태양광 기업으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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