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창의적 규제 완화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2022. 9. 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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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과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만지작 거리다 '대출 금지 폐지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언젠가는 풀어야할 규제'라더니 여론이 '부자를 위한 규제 완화'로 흐르자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갔다'며 바로 손절했다. 아마도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하는 정부 방침이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인 것을 의식한 듯 싶다.

정부는 대신 규제지역 추가 해제는 검토를 공식화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전반적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는 부분은 필요하다면 빨리 해제하고 금융 규제를 어떻게 할지 앞으로 시간을 좀 많이 두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출 규제를 풀면 결국 부자들만 대출받아서 집을 '줍줍'하겠다는 거 아니냐. 그걸 논의할 상황이나 시기 자체가 아니다"며 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와 원 장관의 발언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만을 한정해 이야기한 것이겠지만 사실 대출 규제와 규제지역은 연결돼 있다. 논란이 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만 적용된다. 서울 전 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 그리고 세종시에만 해당된다. 비슷한 규제지역이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선 LTV(담보인정비율) 제한만 있고 15억원 대출 금지는 없다. 규제지역에서 풀리면 대출규제도 함께 풀린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출 규제는 풀지 않겠지만 규제지역은 추가 해제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무슨 뜻일까. 대출규제와 규제지역의 상관성을 간과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부총리와 장관이 그걸 혼동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혼동이 아니라면 규제지역 중 조정대상지역 일부만 풀고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없다는 준비된 메시지일 것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풀어주는 순간 15억원 대출규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보다 집값 하락세가 덜했던 지난 6월말 이미 투기과열지구 6곳을 해제했다. 대구 수성구, 대전 동구·중구·서구·유성구, 경남 창원 의창구가 이때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렸다. 지난달부터 적용된 생애최초 주택구입시 LTV 80% 허용은 규제지역과 상관도 없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더라도 생애최초면 LTV 80%까지 가능하다. 그때는 '부자들한테 대출 받아서 줍줍하라고 했던 것'일까.

이렇게까지 말꼬리를 잡는건 규제 해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너무 경직적으로 보여서다. '투기과열지구 해제=15억원 초과 주택 주담대 허용=부자 줍줍'으로만 보면 '모 아니면 도'식의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원 장관의 '부자 줍줍'은 서민들에게 사이다 발언이지만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부메랑이 될 위험한 발언이기도 했다.

대출규제 완화는 부자들한테 투기의 길을 열어준다는 비판이 두려워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못하겠다면 지역이 아니라 규제만 선별적으로 풀 수는 없을까. 투기과열지구로 묶어서 대출규제는 남겨 두되 나머지 규제만 손대는 방식이다. 어차피 규제지역의 역사는 '지역의 확대'와 더불어 '규제의 덧칠'이었다. 덧칠된 규제 중 수명을 다한 규제만 벗겨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미분양이 쌓이고 건설사들의 자금순환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는 지금 규제지역의 청약 규제만 걷어낼 수도 있다. 1순위 마감은커녕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늘어나는데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한 규제나 분양권 전매 제한이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정부가 종부세 부과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니라 보유 주택의 가액 합계로 변경키로 한 이상 보유 주택 수에 따른 규제는 수명이 끝났다. 궁극적으론 규제지역 제도의 존폐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지만 폐지하기엔 이르다면 부분적인 수술도 검토해 볼 수 있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규제를 만들 때 보여줬던 그 기발한(?) 창의성을 규제를 풀 때도 발휘할 수는 없을까.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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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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