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집에 있던 그 선풍기, MZ가 10만원에 샀다

올해 한정판 매진을 기록한 신일전자의 레트로 선풍기. /신일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MZ세대가 열광하는 레트로(복고) 트렌드에 맞춰 출시한 신일전자의 '레트로 선풍기'가 올해 한정판 매진 기록에 힘입어 내년에도 출시를 결정했다. 국내 선풍기 판매 1위의 신일전자는 1980년대에 출시됐던 디자인의 선풍기에 최신 모터 기술을 장착한 레트로 선풍기를 1만대 한정 판매하며 올 여름 돌풍을 일으켰다. 업계에서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성공적 마케팅이자 '보이슈머(voisumer)'의 힘이 발휘된 사례로 보고 있다.

기성세대 '향수'+MZ '신선함' 디자인에 반영

14일 신일전자에 따르면 올 여름 복고풍 디자인이 매력적인 '레트로 선풍기' 1만 대 한정판이 전량 출고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 5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카카오 쇼핑 라이브'에서도 판매 방송을 진행해 매진을 기록했다. 앞서 신일은 1959년 소형 모터 제조사로 시작해 독자적인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선풍기를 대량 생산·판매해 선풍기 대중화를 이끌었다. 현재도 국내 선풍기 판매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레트로 선풍기 열풍은 MZ세대가 열광하는 트렌드를 정확히 분석한 결과다. '목소리(voice)'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 제품이나 회사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소비자인 보이슈머의 요청을 반영해 성공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 레트로 선풍기는 제품에 수십년간 애착을 갖고 사용해 온 선풍기를 신일전자에 기증하거나, 수리해 다시 사용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을 반영해 탄생됐다. 기성세대에게는 옛 추억의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할 수 있도록 선풍기에 레트로풍 디자인을 입혔다. 실제로 MZ세대를 중심으로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감성을 입힌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세월이 묻어나는 구형 선풍기를 인테리어용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신일 '레트로 선풍기' 복고풍 타고 1만대 판매

신일전자 관계자는 "제품을 받아보는 첫 순간부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포장박스와 라벨 등에도 레트로 감성의 디자인을 적용했다"면서 "1980년대 선풍기 디자인을 재현하기 위해 은색 선풍기 망과 파란색 날개, 직관적인 조작부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1980년도에 사용하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한 모델과 현재의 로고를 사용한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실내 인테리어 용도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고려해 제품 크기는 자그마한 탁상용으로 선보였다. 콤팩트한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성능은 최신 선풍기 못지 않다. 고성능 BLDC 모터를 탑재해 강력한 바람은 물론 저전력, 저소음을 실현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레트로 선풍기가 히트하면서 온라인 상에는 일명 '#내돈내산'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외관과 성능에 모두 만족한다" "디자인은 레트로 감성이고, 크기는 작지만 바람은 정말 강력하다"는 리뷰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탁상용으로 작게 제작된 사이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도 나온다. 출고 당시 정가는 9만9000원이었으며, 현재는 온라인 판매 채널에 따라 8만~17만원대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다.

신일 관계자는 "기성세대에게는 옛 추억의 향수를, MZ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선사하기 위해 탄생한 레트로 선풍기가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올해 준비한 수량이 전량 출고돼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내년에는 수량을 더욱 늘려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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