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 “굿바이, 보스 레이디” 추모 열기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2. 9. 1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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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영사관 앞 조문객 줄이어 “홍콩이 국제도시 된 건 그의 덕”
12일(현지 시각)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추모하려는 홍콩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로이터 뉴스1

150년 넘게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시민 수천명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영국 총영사관 앞으로 몰려들었다고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홍콩 시민들은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도 추모글을 남기기 위해 4시간씩 줄을 섰다.

지난 8일 여왕이 서거하자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은 입구에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9일부터 16일까지 조문객을 받고 있다. 중추절(중국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낮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았지만, 홍콩인 수천명이 꽃과 여왕의 사진, 영국 국기를 들고 찾아와 수백m 장사진을 이뤘다. 시민 에밀리 응(30)씨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할머니로부터 여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라서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영국 왕실 앞으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친절하고 겸손한 내용의 답장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영국 총영사관 측은 12일 하루 2500여 명이 추모의 글을 남겼다고 밝혔다. 추모글 작성은 매일 오후 4시까지만 할 수 있지만, 총영사관 앞에는 이날 밤늦게까지 조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홍콩은 1841년부터 영국 통치를 받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됐다. 중국 당국은 영국의 홍콩 지배를 ‘100년의 국치(國恥)’라고 부른다. 하지만 두 딸과 함께 영국 총영사관을 찾은 홍콩 시민 위안(袁)모씨는 명보에 “여왕은 매력적인 지도자였다. 홍콩이 (영국) 식민지 시절 발전을 이뤄 국제 도시가 되고, 시민이 자유를 누리는 데는 그의 공로가 적지 않았다”며 “그는 홍콩 역사의 일부”라고 했다. 홍콩에서 ‘보스 레이디’라는 별명으로 불린 여왕은 1975년과 1986년 두 차례 홍콩을 방문했다.

홍콩의 여왕 추모 열기는 중국의 ‘전면적 통치’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997년 홍콩 반환 후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로 홍콩 내정에 거리를 뒀던 중국은 2019년 대규모 반중 시위를 계기로 홍콩 국가보안법, 선거제 개편을 통해 직접적인 통치를 강화했다. 민주당 등 야당과 자유주의 성향 시민단체, 언론은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제프 로(37)씨는 SCMP에 “여왕의 서거로 한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현재 홍콩 상황 때문인지 지금은 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한국·미국 등 각국 정상이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영국을 찾을 계획인 가운데 중국은 조전으로 갈음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지난 9일 각각 찰스 3세와 리즈 트러스 총리에게 조전을 보냈다. 왕치산 국가 부주석은 12일 베이징 영국 대사관을 찾아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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