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만한 배터리 300개로 캘리포니아에 6시간 전력 공급 가능"
세계 1위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가 단순한 전기차 회사를 넘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생산부터 대용량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활용한 미래 에너지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회사를 목표로 사업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9일 리튬 정제 공장 건설 추진을 밝힌 데 이어, 내부적으로 3분기 ESS 생산 목표 물량을 2배 가까이 확대했다. 배터리 원자재·배터리·전기차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공급망 전체를 확보하고, 이 같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에너지 인프라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 테슬라 대용량 ESS ‘메가팩’ 생산 확대… 전기차 기업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야심’
일론 머크스 테슬라 CEO는 이 같은 야심을 이미 지난 2020년 밝힌 적 있다. 그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선 전기차 외에도 친환경 발전과 그 에너지를 저장할 수단(ESS), 세 가지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배터리 ESS 사업이 전기차 사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먼 미래 청사진 정도로 치부했지만, 최근 테슬라의 사업과 관련된 내부 브리핑과 공문에 담긴 구체적인 사업 현황과 미래 전략이 외부에 드러나면서 테슬라의 야심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ESS 매출 전년 대비 71% 성장
최근 미 경제 전문 매체 CNBC가 보도한 테슬라 내부 녹취록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의 배터리 제조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새로 선임된 임원은 사내 브리핑에서 “현재 테슬라는 일주일 동안 42개의 메가팩을 생산할 수 있고, 올해 3분기 442개의 메가팩을 인도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는 지난 2분기 물량보다 85%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2019년 시장에 내놓은 메가팩은 1개가 컨테이너 크기만 한 거대한 배터리다. 전기차 60대 분량의 배터리(50kWh 기준)를 한데 모은 약 3MWh(메가와트시) 용량으로, 메가팩 300여 대를 연결하면 샌프란시스코 모든 가정에 6시간 동안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메가팩은 태양광·풍력발전처럼 발전 용량이 불규칙하고 송전이 어려운 설비 근처에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해준다.
테슬라는 약 50국에 메가팩을 수출하고 있는데, 올 연말까지 예약 물량이 꽉 찬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 테슬라는 메가팩 부피를 타사 제품의 60% 수준으로 줄이고 부품 수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설치와 정비가 쉽도록 했다. 일반 가정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기를 저장하는 파워월이라는 제품도 2분기 3만7600대가 생산됐는데, 3분기 생산량은 22%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작년 ESS 부문에서만 약 7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리튬도 직접 정제 추진…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
테슬라가 올해 4분기 착공,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에 배터리용 리튬 정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도 테슬라가 텍사스주에 보낸 공문을 통해 드러났다. 머스크는 지난 4월 “기존 리튬 기업들의 채굴·정제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리튬 값이 미친(insane) 수준이 됐다”며 “테슬라는 값싼 리튬 확보를 위해 직접 리튬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테슬라는 첫 후보지인 텍사스를 상대로 사업 허가를 타진하고 있지만, 텍사스가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세금 감면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다른 후보지도 물색하고 있다. 리튬 사업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한 것이다.
글로벌 리튬 채굴·공급망은 50% 이상을 중국이 좌우하고 있고, 미국 내 생산 물량은 5% 내외에 불과하다. 배터리 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배터리에서 전기차까지 이어지는 테슬라의 사업 전체가 흔들리고, 리튬 공급 가격에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머스크는 이런 위험을 차단하고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이제 테슬라는 전기차 메이커에서 미래 에너지·교통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배터리 기업도 시너지를 낼 사업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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