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사각 팬티, 남자는 핑크.. 젠더리스 바람 분다
미국 의류 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은 최근 10대 청소년을 위한 성 중립(性中立·gender neutral) 브랜드 ‘해피네이션’을 론칭했다. 남녀 구분 없이 10대 청소년은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반바지·티셔츠 같은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본래 여성 속옷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고 모델도 그간 여성만 발탁해왔으나, 이번엔 처음으로 남성 배우 대런 바넷(Barnet)을 모델로 기용했다. 지난달 바넷은 빅토리아 시크릿 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 장학금 시상식에 분홍색 옷을 입고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우리나라 배우 이정재도 지난달 자신이 연출한 영화 ‘헌트’를 홍보하는 TV 방송에 출연할 때 연분홍색 양복에 진주 목걸이 차림으로 나왔다. 당시 이정재는 스스로의 모습을 가리켜 “청담동 사모님 룩”이라고 말했다.
남녀 성(性) 구분이 따로 없는 소위 ‘젠더리스(genderless)’ 시장이 국내에서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성별 특징이 따로 없다고 해서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성별 규범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고 해서 ‘젠더 프리(gender free)’, 양성의 특징을 모두 갖는다는 점에서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라고도 불린다. 공통적인 것은 곱상한 남성도, 투박한 여성도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 이들을 겨냥한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선호할만한 서비스와 매장을 내세우는 업체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 ‘젠더리스’ 바람 분다… 성중립 상품, 패션·뷰티서 인기
국내 메이크업 화장품 업체 라카는 소위 성 중립 색조 제품을 판매한다. 립스틱·틴트·아이섀도 같은 모든 제품 소개엔 여성 모델과 남성 모델이 해당 제품을 바른 사진을 첨부했다. 남성을 위한 색, 여성을 위한 색상이 따로 없는 것도 특징이다. 라카 관계자는 “성별보단 개인의 취향에 따라 화장품을 고르는 것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해외 30여 매장을 두고 있는 남성복 디자이너 우영미씨는 최근 젤네일 업체 오호라와 손잡고 만든 젠더리스 젤네일 컬렉션을 선보였다. 남성 고객을 위해 붙이는 젤네일을 내놓은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을 위해 액세서리 개념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차이를 구분 짓지 않는 것을 갈수록 편하게 여기는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의류 업체 ACBF는 남성복의 장점을 적용해 여성복을 새롭게 만든다. 재킷이나 코트를 만들 때 남성 재킷 전문 공장에서 작업해 여성복을 만들 때보다 튼튼한 가공 원단과 봉제 실을 사용하고, 호주머니도 더 큼직하고 깊게 만드는 식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남성복의 장점을 여성복에 적용해 더 편안한 옷을 추구한다”고 했다.
나이키는 최근 홍대 인근에 세계 최초로 ‘나이키 스타일’ 매장을 열면서 의류를 성별로 따로 구분해 걸어두지 않는 젠더리스 매장을 표방했다. 나이키 관계자는 “옷을 볼 때 남성복이냐 여성복이냐를 따지기보다는 자신의 몸에 잘 맞는지를 중시하는 트렌드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시장 계속 커진다
젠더리스 시장이 커지면서 남성 란제리·레깅스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1위 레깅스 업체 젝시믹스는 지난 2분기 매출 528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남성 레깅스·이너웨어 매출액은 109억원이었다. 또 다른 국내 레깅스 업체 안다르의 경우도 지난 2분기에 남성 레깅스 매출만 102억원가량을 냈다. 이 업체들은 오는 가을엔 키즈·골프 라인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작년부터 판매해 온 여성용 사각팬티 생산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달엔 여성용 사각팬티 6종을 새로 개발해 출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편의성을 강조한 여성용 사각팬티를 찾는 여성 소비자가 늘어나 올해엔 생산량을 전년보다 20%가량 늘렸다. 내년 생산량은 30% 가량 더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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