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11] 장봉도 소라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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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갯벌은 모래 갯벌과 혼성 갯벌이 공존하며, 조차(밀물과 썰물 때의 수위 차)가 8m가 넘는 하구 갯벌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풀등이 섬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이 갯벌과 주변 무인도는 한때 조기·민어·농어가 지천인 서해를 대표하는 어장이었다. 어부 그물에 윗몸이 사람인 인어가 잡혔는데, 놓아준 뒤 고기가 많이 잡혔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다. 지금도 숭어·서대·꽃게·망둑어 등 어류와 백합·바지락·소라 등 조개와 고둥류가 어민들의 발길을 잡는다. 또 노랑부리백로·검은머리물떼새·저어새 등 멸종 위기종과 취약종의 서식처이며, 섬 사람들이 어선어업·양식어업·맨손어업을 하는 보기 드문 마을 공동 어장이다.
국내에서는 생물 다양성과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해양 보호 구역으로, 국제사회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가 되었다. 특히 맨손어업을 하는 어민들은 갯벌에서 백합(상합)과 낙지와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해수욕객이 떠난 옹암해변에서 해안으로 밀려온 해양 쓰레기를 주웠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미래 세대에 물려주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소라비빔밥과 백합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소라는 주민들이 민꽃게를 잡거나 조개를 채취할 때 덤으로 줍는 고둥이었다. 최근 전복보다 식감도 맛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소라를 잡는 어민들이 등장했다. 또 소라를 잡기 위해 밤길을 나서는 여행객도 있다. 어류도감에는 소라를 ‘피뿔고둥’, 뿔소라를 ‘소라’라 했다. 뿔소라는 제주 바다와 남해안의 깊은 바다에서 자라고, 소라는 갯벌이 발달한 서해에서 서식한다.
소라는 인천·대천·군산·목포 등 서해 포구나 어시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장봉도처럼 모래와 펄이 섞인 곳이나 조개가 많은 곳에 서식한다. 달짝지근하고 식감이 좋아 제철에는 회로도 먹고, 숙회나 무침으로 좋다. ‘자산어보’에는 ‘맛은 전복처럼 달며, 데칠 수도 있고 구울 수도 있다’고 했다.
장봉도 식당에서는 살짝 삶아 채소를 더해 비빔밥으로 내놓고 있다. 인천 어시장에서는 드물게 소라젓을 구경할 수도 있다. 깨끗하고 맛있는 해산물을 먹고 싶다면, 건강한 갯벌이 유지되어야 한다. 장봉도는 국내외에서 인정하는 갯벌로 둘러싸인 건강한 섬이다. 장봉도 소라비빔밥이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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