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총 324조 날아갔지만.. 굴뚝은 튼튼했다
올해 들어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약세로 코스피 시가총액이 324조원이나 증발했지만, 통신·보험 등 경기 불황을 잘 견디는 경기 방어주와 일부 굴뚝 산업은 굳건히 제자리를 지켰다. 굴뚝 산업 중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2년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조선·방산주가 속한 ‘운수장비업종’과 2차전지 소재 생산 기업이 포함되어 있는 ‘비금속광물업종’의 선방이 두드러졌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운수장비업종 시총은 작년 말 158조8120억원에서 지난 8일 159조2165억원으로 0.3% 늘었다. 모든 업종 중 올해 들어 시총이 줄지 않고 늘어난 업종은 운수장비업종이 유일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총은 2203조원에서 1879조원으로 14.7%나 줄었다.
◇조선·방산株가 이끈 운수장비 홀로 시총 늘어
지난 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돌파할 때 주인공은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T 관련 기업들이었다. 조선이나 광물 기업 등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던 굴뚝 산업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초 코스피 시총 3위까지 올랐던 네이버가 현재 9위까지 밀려나는 등 IT 기업들의 주가가 연초부터 급격히 빠지자 제자리에 서 있던 굴뚝 산업 기업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운수장비업종의 조선사들이 대표적이다.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33.4%(2조8230억원) 늘었다. 올해 상반기 파업 여파 등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작년부터 선박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수주량도 늘어나면서 흑자 전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적자는 1083억원으로 작년 2분기(4227억원 적자)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이동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은 이미 수주한 물량만으로 최소 3년의 성장이 보장되어 있다”며 “이르면 3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시작되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실적 회복 첫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시총이 47.1% 증가했고, 삼성중공업은 -0.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운수장비업종에 속한 방산주들도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한국항공우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총이 각각 71%, 70% 늘어났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폴란드 등 해외 수주가 늘어나고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 구조 개편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국들의 방위비 증액이 예정되어 있어 당분간 수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전지 소재 ‘비금속 광물’과 경기 방어株도 굳건
철⋅구리⋅금 등 금속이 아닌, 비금속 광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비금속광물업종’ 기업들의 시총은 작년 말 22조9046억원에서 현재 22조7218억원으로 0.8% 줄어드는 데 그쳤다. 비금속광물업종 시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포스코케미칼의 주가 상승 폭이 컸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시총은 올해 들어 1조9366억원(17.4%) 늘어났다.
포스코케미칼은 전통적인 굴뚝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성장 산업으로 뽑히는 2차 전지의 핵심 소재를 생산한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2030년까지 2차 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61만톤, 음극재 32만톤을 증설할 계획이다. 또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리튬과 니켈 등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양극재 업체의 핵심 경쟁력은 원재료 조달 비용에 따른 제조 원가 절감 여부”라며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시장 확대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 외에도 유리를 생산하는 금비(+14.2%)를 비롯해 한국석유(+4.9%), 아세아시멘트(-1.6%) 등도 증시 하락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올해 증시 하락의 주요 원인이 경기 침체 우려의 확산이다 보니 경기 방어주로 뽑히는 업종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통신업종(-1.6%)과 보험업종(-0.5%)이 대표적이다. 이 업종들의 경우 경기가 불황에 빠지더라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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