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3高 증시'.. "IT·자동차·조선株는 전화위복"

권순완 기자 2022. 9.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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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주목받는 수혜 종목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8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상황이 지속되면서, 환율이 높을 때 업황이 좋아지는 업종들에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최근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전체적으로 침체기를 맞았지만, 가전·자동차 등 수출 위주 기업들의 경영 실적은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3일 신한금융투자는 ‘환율 상승이 전화위복일 업종’이란 보고서를 내고 “환율 상승은 IT 가전,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업종의 마진(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업종의 공통점은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것인데, 고환율 상황이 수출 기업의 매출 증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일 때 국내 가격이 1만원인 제품은 해외 판매가가 10달러지만,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르면 해외 가격을 6.7달러로 낮출 수 있다. 그만큼 해외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는 것이다. 또 같은 달러 매출액을 올렸을 때, 원화로 환산되는 금액이 환율 상승률만큼 올라가는 측면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때 컴퓨터·전자·운송(자동차 포함) 업종의 마진율은 3.3%p 상승하고, 화학 업종도 1.5%p 상승한다. 반면, 정유업이나 음식료업은 수입 비중이 높아 고환율일 때 마진율이 나빠진다.

◇달러 환율 10% 오를 때 자동차업 이익률 3.3%p 상승

‘고환율 수혜 종목’을 업종별로 보면 IT 가전 부문에 포함된 2차 전지(배터리) 제조업이 눈에 띈다. 2차 전지는 각종 가전 제품에 포함돼 있어 해외 가전 수출량이 늘어날수록 호재를 맞는 분야다. 이 분야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8.8% 뛰었는데, 코스피 지수가 같은 기간 약 4.4%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13%포인트 이상 초과 수익을 낸 셈이다. 냉장고·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LG전자도 최근 한 달 4.2%포인트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밖에 현대차(자동차), 한국조선해양(조선), LG화학(화학) 등 업종별 대표 종목들도 2~6%포인트대 초과 수익을 냈다.

반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반도체 기업들은 대표적인 수출 효자 종목이면서도 ‘뜨는 업종’ 반열에 오르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인한 타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고환율 효과로도 만회가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수요 감소가 올해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업황이 좋지 않다”며 “고환율의 ‘플러스’ 효과가 3~4% 정도라면, 수요 감소의 ‘마이너스’ 효과가 5~6%로 더 큰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한 달간 8% 넘게 폭락했다.

◇외국인 ‘사자’ 행렬로 고환율 수혜주 탄력 받나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하는 것도 ‘고환율 수혜주’ 종목들엔 호재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조983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올해 외국인의 월간 순매수 규모 중 가장 컸다. 통상 고환율 시기에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서는데, 그와 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역대급으로 하락한 코스피가 ‘저점’을 찍었다는 기대 심리와,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 등이 작용했다는 것이 증권 업계의 분석이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마진 효과에 이 같은 외국인의 투자 심리까지 더해져 수출 기업 주가는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고환율 효과는 이미 일부 주가에 반영되긴 했지만, 향후 기업 실적에 따라 더 가속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연구원은 “고환율 효과는 다음 달(10월) 실적 발표 전후로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기업별 호실적 여부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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