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한동훈 기획 '론스타 3막'
일에는 때가 있다. 씨앗을 뿌릴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다. 대통령 관저를 짓는 일도 그렇다. 취임 100일간이라는 국민 통합 황금기에 청와대에 입주도 하지 않은 채 새 집을 짓는 건 때에 맞지 않다.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새로운 비전 제시와 국민 통합에 전념해야 했다.
보름 전, 론스타에 2925억원과 지연이자 약 185억원을 합해 약 311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중재 판정이 있었다. 판정 후 120일 안으로 한국은 판정을 이행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날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동은 때에 맞는가? 장관은 이의신청을 검토할 것이며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판정문의 요지라면서 일방적으로 공개하면서 정부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말하지 않는다. 그가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한 절차는 대한민국 조약 제234호 제52조의 판정 무효 신청이다. 법무부 장관이고 검사로 오랫동안 일한 법률전문가인 사람이 법률에 나와 있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또 말하지 않는다. 그가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정 무효 신청에서 한국이 완전히 승소해 론스타 판정이 전부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강조한다. 론스타 판정이 전부 무효가 되어도 론스타 분쟁 사건은 다시 시작한다. 론스타가 요청하는 새로운 판정부가 구성된다. 위 조약 52조 6항에 그렇게 되어 있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섯 개로 제한한 판정 무효 사유 중의 하나가 판정부가 뇌물을 받고 판정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만일 론스타 판정이 여기에 해당하여 판정이 전부 무효가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 후속 절차는 어떠할까? 당연히 깨끗한 판정부를 다시 구성해서 재판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 이것이 공정하다. 그리고 그렇게 법에 되어 있다. 상식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애써 재판을 해 승소했는데, 알고 보니 법관이 뇌물을 받고 판결을 했다는 이유로 판결이 무효가 되었다고 하자. 다시 깨끗한 법관에게 재판을 새로 받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강조하지만 법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법무장관이 모를 리 없다.
결정적으로, 그는 말하지 않는다. 그가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오직 다섯 개로 제한된 판정 무효 사유 중 어디에 해당하기에 승산이 충분하다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부하 검사들은 소송 전략을 노출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검사들조차 알고 있다. 판정 무효 절차는 오직 무효 사유가 있는지만을 보는 절차라는 것을. 판정 무효 신청 사유가 고스란히 론스타에 송달된다는 것을. 론스타 판정에서 한국을 패소시킨 중재인들이 그동안 내린 판정 36건 중 단 한 건도 무효가 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나는 한동훈 장관이 론스타 3막을 기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 론스타가 5조원대의 이익을 본 1막과 5조원대의 배상 청구를 한 2막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판정이 있다. 일국의 법무장관이라면 판정문을 정직하게 읽어야 한다. 2012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매각에 ‘불법’ 관여한 자들이 있다는 판정이다. 이들 때문에 한국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관이라면 2012년에 누가 잘못을 하였고, 누가 이익을 보았는지 따져야 하고 그들이 책임지게 해야 한다. 2012년의 매각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공무원들과 이익을 본 곳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공소시효는 남아 있다.
그러나 장관이 기획하는 론스타 3막에는 국민 세금 3110억원 피해를 발생시킨 책임 규명은 온통 뺐다. 대신 중재판정부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를 등장시킨다. 충분한 승산이 있다며 중재인들과 싸우자고 한다. 그도 모른다. 론스타 3막이 완전히 끝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무대 첫 장면으로 등장시키려는 판정 무효 절차 특별위원회 구성과 심리에 2년 이상 걸릴 것이다. 다행히 한국이 전부 이겨도, 새로운 론스타 사건 판정부를 구성해서 새로 심리를 하는 데에는 또 몇 년이 걸릴 것인가? 만일 한국이 여기서도 전부 승소한다고 하여도 론스타가 판정 무효를 신청하고, 여기서도 한국이 전부 승소해야 비로소 론스타 3막은 완전히 막이 내린다. 그사이 2012년에 배상책임을 발생시킨 자들은 면죄부를 받을 것이다.
나는 법무장관의 론스타 3막을 보기 위해 돈을 내지 않겠다. 누가 잘못하여 국민이 세금 3110억원을 내야 하는지 국민은 알아야 한다. 판정문에 나와 있다. 지금은 판정문을 있는 그대로 공개할 때이다. 일에는 때가 있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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