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칼럼] 지식이 절실한 위기의 시대
왜 필요한가 묻는다면
'생존을 위한 자극 필요'
위기해법 찾는 계기로 삼길
요즘 같으면 기후변화, 공급망 교란, 에너지·식량위기, 신냉전 같은 말들이 그렇다.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알리는 이런 단어들이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부디 조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허공의 먼지처럼 둥둥 떠다니는 관념일 뿐이다. 내 지갑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내 일상이 뒤틀리고, 가족의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될 때에야 정신이 퍼뜩 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이 반복된다.
그런데 지식이 있으면 사정이 달라지게 된다. 지식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라고 적혀 있다. 지식이 있으면 실패를 반복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재앙이 실제로 닥치기 전에 대응하는 게 가능해진다.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다.
세계지식포럼이 오는 20일부터 3일간 장충아레나와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올해로 23번째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세계지식포럼은 1년 농사와 같다. 1년 내내 시대의 변화를 호흡하면서 그에 적합한 연사 섭외와 프로그램 구성 작업이 이뤄진다.
꽤 지리한 작업 속에서 수시로 떠올리는 자문자답이 있다. 왜 세계지식포럼을 대한민국 서울에서 매년 열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현인의 지식을 가장 생존이 절박한 나라에서 전파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세계지식포럼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는 필자는 글로벌 리더의 입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생생한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사람들의 지성과 생존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세계지식포럼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세계지식포럼 주제어는 '초과회복(supercompensation)'이다. 초과회복은 원래 스포츠, 의학용어다. 격렬한 운동이나 병을 앓아 몸이 상해도 적절한 치유 과정을 거치면 그 이전보다 오히려 더 강해진다는 뜻이다. 온갖 역경에 직면한 인류가 부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았다.
130여 개에 달하는 세션들은 총 7개 트랙으로 나뉜다. 지정학·시대정신, 경제·금융, 산업, 테크놀로지, 기후변화, 자유, 문화·교육 분야를 다루게 된다. 시대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다양성과 균형을 염두에 둔 구성이다. 당연히 연사들의 전문성도 이런 분야를 망라한다.
실무자로서 힌트를 주자면 올해 세계지식포럼에서는 일시적일지언정 세계 변화의 중심으로 돌아온 유럽과, 완전히 새롭게 짜이는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점점 높아지는 자유의 가치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초과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 100점짜리 관람기가 될 것이다.
협소한 지면 탓에 일부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이 격변하는 국제 정세의 맥을 짚어주게 될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와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회장 같은 구루들은 세계 경제의 향방을 분석해주게 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 마리아 레사 노벨평화상 수상자, 소설 '파친코' 작가 이민진 등을 통해서는 자유의 가치를 재확인하기 바란다.
세계지식포럼은 왜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지금 당신에겐 생존을 위한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뇌 입장에서 지식이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주 요긴한 자극이다.
[이진우 국차장 겸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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