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내우외환 찰스3세

권한울 2022. 9. 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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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헌신했던 것처럼 충성심, 존경, 사랑으로 헌신하겠다." 56개 독립 국가와 24억 인구 연합인 영연방의 수장이 된 찰스 3세는 지난 9일 첫 대국민 연설에서 이같이 서약했다. 194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스물한 번째 생일에 "국민과 왕실을 위해 평생 봉사하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말이다. 열 살이던 1958년 영국 왕세자로 책봉된 이래 64년간 즉위를 기다리다 지난 8일 여왕이 서거하자 최고령으로 왕위에 올랐으니 여왕의 헌신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을 테다.

오래도록 바라던 순간이지만, 찰스 3세 앞에 펼쳐진 현실은 녹록지 않다. 70년간 섬김의 리더십으로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였던 여왕의 빈자리를 하루아침에 채울 수는 없다. 왕비가 된 커밀라 파커 볼스와의 과거 불륜 의혹과 첫 부인이었던 다이애나 비에 대한 여전한 국민적 향수도 극복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찰스 3세의 지지율은 56%로 여왕(81%), 아들 윌리엄 왕세자(77%)보다도 낮다.

여왕 서거를 계기로 영국 내에서 군주제를 없애고 공화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앤티가바부다 총리는 지난 10일 군주제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자메이카 총리도 공화정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호주에서도 공화제 지지 여론이 높다.

여왕의 헌신과 품위에 가려져 있던 군주제 반대 여론이 찰스 3세 시대에 본격 표출될 수 있다. 지난 6월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군주제 지지 비율은 62%로, 10년 전(73%)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영연방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찰스 3세가 "여왕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무게감을 물려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는 19일 영국 여왕의 '세기의 장례식'을 앞두고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 정상이 조문을 위해 영국 런던에 집결한다. 영국 왕실을 둘러싼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찰스 3세가 첫 외교 시험대에 오른다. 정치 불신을 낳은 보리스 존슨 총리의 낙마와 새 총리 임명, 여왕의 서거까지 악재가 겹친 영국에서 찰스 3세가 어머니처럼 국가적 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제부 = 권한울 기자 kwon.hanwool@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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