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소 '묵묵부답' 이재명, 사법 리스크 돌파구는 '민생'?

송다영 2022. 9.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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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의원들 "추석 민심, 정부·與 향한 한탄·분노"..."두 마리 토끼 놓칠라"

'대장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 '변호사비 대납' 등 각종 의혹으로 연이어 검찰의 기소 결정이 내려진 이 대표가 '민생' 직진 행보 중이다. 당에 안긴 '사법 리스크'와는 거리를 둔 채 민생 챙기기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제가 뭘 잘못한 게 또 있답니까?" (지난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추가 기소 가능성 관련 질문에 답한 말)

'백현동 용도 변경' '성남FC 후원' '변호사비 대납' 등 각종 의혹으로 연이어 검찰의 기소 결정이 내려진 이 대표가 '민생' 직진 행보 중이다. 당에 안긴 '사법 리스크'와는 거리를 둔 채 민생 챙기기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대표 관련 의혹 사건은 13일 기준 △성남FC 후원금 의혹 △배우자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이 의원 자택 옆집 비선 캠프 의혹 △장남 동호 씨의 불법도박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이 있다. 최근 검찰에서는 연이어 이 대표를 향해 기소 의견을 발표하면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당 전체로 번진 상황이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대부분 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13일 '민생경제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질의응답을 시작하기 전 자리를 떠났다. 같은 날 오전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그가 기소 관련 의견을 밝힐 것으로 관측됐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비껴갔다. 이 과정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달라는 취재진 항의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8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하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 /국회사진취재단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 후 성남 FC 송치 관련 '1년 전에 검찰이 내린 결론과 달라졌는데 어떻게 보나' '소환 요구 시 응할 생각이 있나' 등 취재진 질의에도 묵묵부답한 채 자리를 떴다. 그는 앞서 지난 12일에도 비공개 당 지도부 회의 이후 검찰 기소에 대한 대응, 변호사 선임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국회를 떠났다. 다만 검찰의 추가 기소 가능성 여부를 묻자 이 대표는 "내가 뭘 잘못한 게 또 있답니까"라며 짧게 입을 뗐다. 검찰의 기소가 '야당 대표를 향한 정권의 정치 탄압'임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법 리스크'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대응 대신 이 대표는 당 지도부 차원의 '민생 살피기' 행보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민생 우선', 최고위원과 원내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의혹 대응을 전담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오는 16일엔 전북 전주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이끈다. 당 지도부는 주 1회 현장 최고위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태풍 '힌남노' 피해 상황이 심각할 무렵인 지난 7일 이 대표는 경북 포항을 방문해 피해 현황을 점검했고, 지난 9일 추석 연휴에는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지역민들을 만났다.

이 대표 측근 '7인회'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당대표 진짜 빡세다. 제대로 일한다'는 글로 이 대표의 민생 집중 행보를 대신 전했다. 그는 "어제 이 대표가 직접 소환해 오후 3시~9시까지 장시간 비공개회의를 진행했다. 역시 가장 강조된 것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이었다"며 "윤석열 정권은 권력 통제와 정치보복에 올인하더라도 민주당은 민생 회복을 위한 현장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과 예산을 확실히 챙기는 것으로 결의를 다졌다"고 적었다.

이 대표 측근 '7인회'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당대표 진짜 빡세다. 제대로 일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 대표의 민생 집중 행보를 대신 전했다. /이새롬 기자

당내 의원들 역시 '사법 리스크 대응으로 민생을 뒷전에 둬선 안 된다'는 민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호남 지역구를 둔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연휴 기간 지역구민을 만나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말로만 '민생'이라고 할 게 아니라 체감되는 국회 활동을 보여라"는 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에는 특히 수해 피해를 본 분들의 한탄이 가장 많았다"며 "'국민들이 어려울 때 나라에서 우리를 돌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얘기하더라"고 추석 당시 지역 민심을 전했다.

경기 지역구를 둔 재선 의원은 "(추석 때 지역민들을 만나보니) '도라지를 한 줌 잡았는데 8000원이었다'며 물가에 대한 걱정을 가장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당은 여당대로 이준석 전 대표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문제들로 국정에 관심이 없다 보니 '정치가 해야 하는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분도 있었고, 민주당은 최다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좀 더 잘해라' '이재명 중심으로 잘 뭉쳐라' 이런 얘기들도 들었다"고 지역 민심을 설명했다.

일각에선 투트랙 전략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비명계'로 꼽히는 고민정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실에서는 투트랙이 동시에 일어나기는 정말 어렵다. 그러다가 두 마리를 다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대표가 계속 민생 행보만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에 최고위원들도 발맞춰서 과도하다 싶을 만큼 민생에 힘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한동훈 법무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 등 강경 대응에 대해선 "어디에 더 초점을 둘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남아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당 지도부와 함께 14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사진은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이 대표의 모습. /이선화 기자

한편 이 대표는 당 지도부와 함께 14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이후에는 노 전 대통령 기념관을 방문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보가 '정치보복'의 희생양이 된 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암시하려는 당의 전략이 반영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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