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조문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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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전·현직 원수나 세계적 인물이 사망하면 각국에서 조문 사절단이 방문해 자연스럽게 조문 외교가 펼쳐진다.
특히 냉전시대에는 유력 지도자가 사망해야 동서 진영 수뇌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기 때문에 조문 외교가 더더욱 중요했다.
조문 외교 성패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엇갈리기도 했다.
팽창주의 외교정책을 폈던 브레즈네프는 비동맹 독자노선을 걷던 티토를 눈엣가시로 여겼지만 직접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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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유고슬라비아의 요시프 티토 대통령이 사망하자 123개국에서 정상급 58명을 비롯한 조문단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가장 관심을 끈 인물은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팽창주의 외교정책을 폈던 브레즈네프는 비동맹 독자노선을 걷던 티토를 눈엣가시로 여겼지만 직접 조문했다. 유고를 다시 위성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 장례식은 동·서독 정상회담의 초석이 되기도 했다. 반면 직전에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결정한 브레즈네프와 만나는 걸 꺼린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부통령을 파견했다. 이후 카터는 외교 감각이 모자라 발칸반도에서 영향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2000년 5월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사망하자 김대중 대통령이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다. 두 정상은 식민지배를 통절히 반성한다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한 사이다. 김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모리 요시로 신임 총리 간 3국 정상회담이 열렸다.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하자 200여국의 지도자들이 교황청 장례식에 모였다. 천수이볜 대만 총통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수교 관계를 유지하던 바티칸이 중국과 손잡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참석했다. 그러자 중국은 조문단을 보내려던 방침을 접었다.
오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56개 영연방 국가 등의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불참할 예정이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자유민주 진영과 독재 진영이 확연히 갈리는 양상이다. 이번 조문 외교가 향후 국제 관계를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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