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화를 주목할 시간이 왔다
KT·KIA·LG·SSG 릴레이 2연전
치열한 순위 싸움 판도 가를 ‘키맨’
‘고춧가루’란 평가 달갑잖은 한화
한 시즌 최다패 면하려면 1승 절박
지난 3년간 한화는 초반부터 승수를 쌓지 못하고 하위권에서 출발해 시즌 내내 올라가지 못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그러다 시즌 막바지에는 조금 달라진다. 월간 승률이 높아질 때도 있고, 연패를 하다가도 강팀을 만나면 이기곤 한다.
2019년 한화는 승률 0.403으로 9위를 했다. 시즌 마지막 20경기에서 11승9패(0.550)를 몰아치면서 승률 4할대를 넘길 수 있었다. 최하위를 한 2020년에도 승률이 0.326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지막 20경기에서 8승1무11패(0.421)로 평균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시즌에는 9월 이후 삼성, KT, LG 같은 상위권 팀에 끈질기게 승부해 이기거나 비기면서 순위 싸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올해도 한화는 최하위다. 그러나 9월이 되자 상위권 싸움 속에 등장한다. 치명적인 패배를 종종 안긴다. 지난 3~4일 5위 추격 중인 NC와 2연전을 모두 이겨 찬물을 끼얹더니 10일에는 LG에 바짝 쫓기는 선두 SSG를 5-0으로 잡았다. SSG는 이날 LG에 가장 적은 3경기 차까지 쫓겼다.
이제 열흘 동안, 더욱 한화에 주목해야 할 때가 됐다. 한화는 13일부터 대전에서 KT와 2연전을 치른 뒤 광주로 가 KIA와 2연전, 그리고 잠실로 이동해 LG와 2연전을 갖는다.
한화의 천적 관계는 매우 묘하다. 5위 KIA에는 2승11패로 압도당했지만 그보다 위에 있는 KT에는 7승7패로 팽팽하게 싸웠다. 그나마 지난 6~7일 수원 2연전을 접전 끝에 내줘 동률을 ‘허용’했다. 9월 초까지는 한화가 유일하게 이기는 상대가 KT였다. 반면 키움에는 3승12패로 무기력했다. 한화가 현재 3위 싸움을 이렇게 만든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KT는 키움과 0.5경기 차를 놓고 매일 오르락내리락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4번 타자 박병호가 부상으로 이탈한 위기 속에서 ‘천적’ 한화와 마주한다.
올 시즌 철저하게 한화를 눌렀던 KIA는 6위 NC에 4.5경기 차 앞서 있다. 비교적 여유 있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한화는 SSG와 LG의 선두 싸움 속에서 절정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인 17일 LG를 만난 뒤 22일부터 다시 SSG와 2연전을 갖는다. 가장 최근 두 팀과 대결에서 한화는 1승1패씩을 나눠줬다.
매년 시즌 막바지에 한화가 주목받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1승이 급한 상위 팀이 결정적일 때 꼴찌에 졌다는 충격에서 이어지는 후광효과다. 이겨도 순위가 바뀌지 않는 한화로서는 ‘고춧가루’라고 불리는 것이 달갑지는 않다.
올해 한화의 최하위는 굳어졌다. 12일 현재 승률 0.320(39승2무83패)은 최하위 중에서도 2003년 롯데(0.300) 이후 19년 만에 가장 낮은 승률이다. 한화는 2020년, 144경기 체제 이후 최소인 46승(3무 95패)밖에 거두지 못해 승률 0.326을 기록했다. 남은 20경기에서 4할 승부(8승12패)를 하지 못하면 또 2년 전 성적에 그치게 된다. 서둘러 7승을 쌓아두지 않으면 마지막까지 역대 한 시즌 최다패 기록(97패) 공포와도 싸워야 한다. 한화도 1승이 급하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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