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폭격' 이강인, 1년6개월 만에 벤투호 승선..'레벨 업의 진가' 확인해 볼 수밖에
마요르카서 4G 연속 공격 포인트
날선 킥 감각에 수비력까지 발전
대표팀 ‘플랜B’로 가치 높아져
월드컵 최종명단 들 마지막 기회
A매치 2경기서 인상적 활약 절실
‘한국축구의 미래’라 불렸던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은 그동안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타고난 축구 재능은 분명했지만, 그림자 또한 짙었다.
이강인이 첫 실패를 맛봤던 지난해 3월 한·일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부족한 볼 간수 능력을 저격당해 공을 뺏길 때마다 실점이 나왔다. 결과는 0-3 참패.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이 더 이상 이강인을 대표팀에 부르지 않게 된 계기였다.
다행히 이강인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았다. 소속팀으로 돌아간 그는 더 많은 경기를 뛰기 위해 레알 마요르카로 이적했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다. 벤투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앞선 마지막 평가전인 9월 A매치 2연전(23일 코스타리카·27일 카메룬)에 이강인을 시험대에 올려놨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맹활약 중인 이강인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이강인의 패스 능력은 물이 올랐다.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1일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프리킥으로 시즌 3호 도움을 기록해 리그 공동 도움 1위로 올라섰다. 최전방 혹은 2선의 프리롤로 뛰면서 팀 동료를 살리는 패스 능력은 라리가에서도 수준급이란 평가를 받는다.
스포츠통계업체인 ‘옵타’에 따르면 이강인은 적응기로 평가받던 2021~2022시즌과 비교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준다. 90분당 공격지표에서 득점(0.1골→0.2골)과 도움(0.1개→0.7개) 그리고 기회 창출(1.4개→2.4개) 등에서 발전이 눈에 띈다. 특히 이강인은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로만 도움 2개를 기록해 대표팀에 부족한 플랜B로 가치가 높아졌다.
이강인이 자신의 약점인 반대날은 무디게 만든 것도 긍정적이다. 볼 소유 시간을 줄이면서 역습의 위험성을 떨어뜨렸고, 부족한 수비도 효율적인 압박을 선보이고 있다.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지역에서 뛰고 있는 만큼 태클 시도(0.8개→1.7개)와 성공 횟수(0.4개→0.9개)가 늘어난 것도 반갑다.
이강인은 이제 자신의 변화를 대표팀에서도 보여주는 게 숙제로 남았다.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소속팀 레알 마요르카와 달리 대표팀은 출전 기회를 얻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강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재성(마인츠)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정우영(알사드)이 주전을 꿰찬 상태다. 월드컵 최종 명단이 기존 23명에서 26명으로 늘지 않았다면 벤치 경쟁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변화에 인색한 벤투 감독이 월드컵을 두 달 남긴 시점에서 기존 전술과 전략, 선수 구성을 바꾸게 만들려면 이강인이 그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야 한다. 벤투 감독은 “우린 이강인의 특징을 안다. 공격은 기술과 판단이 좋은데, 계속해 수비 과제를 발전해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 그에게 힌트가 될 수 있다. 이강인이 더 이상 ‘양날의 칼’이 아니란 걸 입증해야 카타르로 가는 길도 열리는 셈이다. 이강인은 19일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대표팀에 합류해 23일과 27일 각각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을 상대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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