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이강인 발탁..'히든카드 찾기'는 더 빨라야 했다[기자메모]
고정 멤버에 의존도 높은 벤투호
‘얇은 선수층’ 강호와 싸움서 불리
월드컵 최종 엔트리는 감독의 전권
길었던 주전 고집 결과로 증명해야
고집을 꺾은 것일까. 여론에 밀려 못마땅한 선수를 잠시 뽑은 것일까.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2~3년 동안 거의 고정적 멤버를 가동했다. 주전 13~14명으로 모든 경기를 다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컵 엔트리는 26명. 엔트리 절반만 집중 가동한 셈이다.
한국은 선수층이 얇은 데다, 주전들도 사실상 결정됐다. 전력이 상대에게 간파되기 쉽다. 부상, 경고누적 등으로 주전이 뛰지 못할 경우,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울 걸출한 조커도 별로 없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나폴리) 등 대체불가 주전이 빠지면, 전력 급락은 불가피하다.
디펜딩 챔피언은 차기 월드컵에서 자주 망했다. 1998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2006년 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 2010년 우승팀 스페인, 2014년 우승국 독일 모두 바로 다음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스쿼드가 크게 변하지 않은 데다, 기존 주전들이 대부분 노쇠한 탓이다. 세계적인 강호들도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치욕을 당하게 마련이다. 하물며 약체가 큰 변화 없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은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월드컵은 주전 몇 명으로만 치를 수 없다. 약체라면 더욱 그렇다. 상대가 파악하지 못한 선수들이 깜짝 발탁돼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를 해야 강호와 싸워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주전을 사실상 고정하고 그들을 주로 출전시키는 벤투 감독의 그간 결정은 위험했다. 진정으로 히든카드를 찾고 싶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일찍 시도했어야 했다.
한국 주전은 사실상 고정됐고 전력은 이미 노출됐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레알 마요르카)을 선발하며 기존 멤버를 고집한 관례를 깬 건 환영할 만하다.
이강인은 세계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거친 몸싸움과 저돌적인 돌파가 돋보인다. 공만 예쁘게 차는 얌전한 테크니션이라는 과거 평가와는 다르다. 정교한 왼발로 연결하는 프리킥과 코너킥 능력은 희소성이 있다. 물론 아직도 드리블은 길다. 선 수비 후 역습을 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팀 스피드를 떨어뜨릴 소지는 있다. 포지션도 사실상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만 소화할 수 있다. 수비력이 좋아졌다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카타르 월드컵은 2개월 남았다. 이강인을 1년6개월 만에 부른 벤투 감독의 결정이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이강인을 엔트리에 넣을지 말지도 감독의 전권이다. 벤투 감독은 엔트리 26명을 풀가동해 숱한 변수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4년 동안 지휘봉을 유지한 만큼, 결과로 자신이 옳았음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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