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신데렐라 세터, '우왕좌왕' 대표팀 첫 출국 현장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유진형 기자]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가 선명한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은 김하경(26)이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지난 11일 늦은 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녀를 기다리던 팬들은 응원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 발짝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응원문구를 들고 인천국제공항까지 마중 나온 팬들을 발견한 김하경은 반갑게 인사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준 뒤 기념촬영도 잊지 않았다.
기념촬영을 마친 김하경은 동료 선수들과 함께 체크인을 했고 체크인 과정에서 가방을 추가로 가져오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표팀 출국이 처음이다 보니 수화물 짐과 기내 반임 짐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던 모양이다. 이러 저리 뛰어다니며 체크인을 마친 뒤 다시 팬들 곁으로 온 김하경은 팬들과 같은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얻었다.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팬들과 함께한 김하경은 입국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팬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한때 김하경은 프로팀에서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되며 은퇴를 고민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세터가 됐고 팬들은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김하경을 응원한다.
은퇴를 고민하던 김하경은 대구시청에서 뛰다 IBK기업은행으로 다시 돌아온 후에도 만년 백업 선수였다. IBK기업은행에는 김사니, 염혜선, 조송화 등 항상 국가대표 세터들이 있었고 김하경은 출전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이렇게 만년 백업으로 끝날 줄 알았던 그녀에게 지난해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11월 김사니 코치와 조송화 무단이탈 사태로 배구판이 뒤집혔고 김호철 감독이 IBK기업은행 감독으로 새로 부임했다. 김호철 감독은 현역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리며 이탈리아 리그까지 진출했던 명세터 출신 지도자로 배구에서 세터가 갖는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 감독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했던 김호철 감독의 지옥훈련을 김하경은 끝까지 참아내며 소화했다. 그 결과 김하경의 토스는 몰라보게 좋아졌고 9개월 만에 백업 세터에서 주전 세터로, 그리고 당당히 대한민국 국가대표 세터로 발돋움했다.
세자르 감독은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 명단에 김하경을 염혜선과 함께 세터로 선발했다. 일각에서는 도쿄올림픽에 뛰었던 안혜진을 대신에 김하경을 선발했다며 의외의 발탁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김하경도 장점이 분명한 선수다. 지난 시즌 V리그 각 팀 주전 세터 중에서 세트당 평균 블로킹이 가장 높은 선수가 김하경이다. 그리고 아웃사이드 히터에게 쏴주는 토스 구질이 좋다. 김하경의 토스는 손에서 빠르게 빠져나가고 공격수에게 힘 있게 전달된다. 세자르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에 적합한 토스 구질을 가지고 있다.
염혜선이라는 경험 많은 세터가 주전 세터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백업 세터로 대표팀에 힘이 될 수 있는 선수인 건 분명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 대회 참가하기 위해 출국한 김하경. 사진 = 인천공항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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