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포진한 정진석 비대위..시작부터 인선 번복 '삐걱'
'아들 사적 채용' 주기환, 발표 1시간30분 만에 사의 '소동'
이준석 "기관총 들고 있는 누군가.." 윤 대통령 재차 저격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정진석 비대위원장 체제로 출범했다. 하지만 비대위에는 정 위원장을 비롯한 친윤석열계 위원들이 다수 포진해 ‘친윤 비대위’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비대위원 인선 발표 1시간30분 만에 주기환 전 비대위원이 사의를 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3선), 정점식 의원(경남 통영시고성군·재선), 주기환 전 비대위원, 김종혁 혁신위 대변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김병민 전 비대위원을 임명했다고 박형수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정 위원장은 “당을 정상 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한 비상대책위원 인선을 마무리했다”며 “지역별 안배를 고려하면서 원내·외 인사를 두루 포함하되 원외 인사에 무게를 두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인선 결과가 일부 번복되는 소동도 있었다. 박 원내대변인은 추가 기자회견을 열고 “1차 비대위원 인선 발표 후 주기환 전 비대위원이 정 위원장에게 간곡하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정 위원장은 주 전 위원 사의를 받아들이고 전주혜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주 전 비대위원의 사의 표명은 검찰 수사관 출신의 친윤 인사라는 점과 아들이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적 채용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 임명안은 오후 2시 당 상임전국위에서 재적 53명 중 찬성 38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비대위원 구성의 특징은 친윤 인사들의 전면 배치다. 김상훈·정점식 의원 등은 친윤 의원으로 분류되고 김병민 전 비대위원 역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대변인이었다.윤 대통령의 20년 지기인 주기환 전 비대위원은 교체됐지만 대선 당시 윤 대통령 대변인을 했던 전주혜 의원이 들어왔다.
친윤 위주 비대위는 원내대표 선출,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한 구성으로 보인다. 친윤 의원들의 지지를 동력 삼아 당정 일체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하지만 친윤 위주 비대위 구성은 당의 대통령실 종속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와 법정 공방을 벌이는 상황도 인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엔 검사 출신이자 전임 당 법률자문위원장 정점식 의원, 판사 출신 전주혜 의원이 포함됐다. 언론인 출신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과 김종혁 당 혁신위 대변인도 발탁됐다. 법적 대응과 여론전을 대비할 수 있는 구성이다.
지역 안배는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위원장을 제외하고, 서울 2명(김병민·김행), 경기 1명(김종혁), 대구 1명(김상훈), 경남 1명(정점식), 광주 1명(전주혜)으로 구색을 맞췄다.
정 위원장은 사무총장에 김석기 의원, 조직부총장에 엄태영 의원,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에 노용호 의원, 수석대변인에 박정하 의원을 임명했다. 조직부총장과 비서실장을 제외하고 주호영 전 위원장이 임명한 인사를 다시 발탁했다. 비대위는 14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대구 서문시장MBC 인터뷰에서 “저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건 뒤에 독전관 같은 게 있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윤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 전 대표는 “영화 <에너미 앳더 게이트>를 보면 총도 안 주고 뛰어가라고 그러지 않나. 앞에 1열 비대위원이 쓰러지니까 2열 비대위원이 가는 것”이라며 “뒤에 기관총 들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말했다.
문광호·조문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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