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감독상 황동혁 감독 "시즌2의 성기훈, 무겁고 심각한 인물로 돌아올 것"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시즌1의 성기훈이 아이같고 순진무구한 인물이었다면 시즌2의 성기훈은 무겁고 심각한 인물로 돌아올 것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에미상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황동혁 감독이 시즌2에 대해 귀띔했다. 이날 수상 당시 다 말하지 못한 수상 소감도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게 밝혔다.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미국 에미상 감독상을 수상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 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74th Primetime Emmy Awards, 이하 '에미상')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직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소감을 밝혔다.
황동혁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추석에 공개했으니 '오징어 게임'이 나온지 1년이 다 됐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1년 사이에 저희에게 일어났다. 저 뿐만 아니라 '오징어 게임' 관계자 전원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됐다. 피날레가 마침내 이 곳 에미에서 이뤄진 것 같다. 더 뜻깊은 하루였다"며 "너무 길고 힘든 하루였는데 이왕 온 김에(수상을 했다). 저희는 오기 전에는 '항상 온 것만으로 충분하다' '다 위너다'라고 했지만 빈손으로 가면 씁쓸해지는게 사람 마음 아닌가. 에미 트로피 가지고 고향으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한 밤이다"라고 밝혔다.
황 감독은 이어 수상 소감 당시 '시즌2로 돌아오겠다'고 말한 속뜻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시즌2로 돌아오겠다는 건 큰 의미는 아니다. 시즌2는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까 잘 됐으면 좋겠고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영어가 아닌 첫 번째 시리즈로 에미의 벽을 넘었다. 그들이 저희에게 문을 열어줘서 이런 기회가 생겼는데 이런 기회의 문을 다시 닫지 말고 이런 문을 계속 열어뒀으면 한다. 문을 열어준 것은 그들의 결정이었다. 사실 뉴욕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에미가 따로 있다. 프라임 타임 에미에 '스퀴드 게임'을 노미네이션 해준 것은 그들의 의지다. 글로벌화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이라서 그 의지를 잘 유지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이어 '오징어 게임' 안에서 가계 부채 문제 등 다양한 한국 사회 문제점들을 다룬 것과 관련 스스로 생각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들려달라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 "가계부채가 항상 최고 기록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본 것 같다. 코인이나 주식에 투자해서 가장 큰 손실을 보는 것이 20대라는 뉴스를 최근에 봤다.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인가. 저는 그것에 대답할 만한 어떤 지적 능력이나 경험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다만 정의롭지 않은 사회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누구나 어떤 순간이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치나 경제나 뭔가 잘못되어 간다면 아주 평범한 서민들도 다 느낄 수 있다.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일까 고민하는 분들도 있어야 겠지만 최소한 무엇이 정의롭지 않은 것인지 느끼고 정의롭지 않음이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가지고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고 문제제기 정도를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한 미국 특파원은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으로서 많은 외국인에게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하며 "'오징어 게임'에 에미상에서 문을 열어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제가 이 작품을 쓰고 기획할 때부터 해외 관객들이 좋아할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미스테리어스한 측면도 있다. 왜 사람들이 이 작품을 니렇게 좋아해주실까 싶다. 저도 때때로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저는 이 작품을 쓰고 기획할 때부터 글로벌 오디언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색이나 상징 기호들을 누구나 유니버설하게 다 알수 있게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사용하려 했다. 마스크에도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 기본적 도형을 넣었고 한국의 게임을 고르고 배치할 때두 한국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알수 있을만한 게임을 골랐다. 구슬치기나 홀짝 처럼 한 번 설명하면 10초~20초 안에 알아 들을 수 있는 쉬운 게임을 넣으려 했다. 그런 것에세 관객들이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빈부격차라던가 현대 자본주의와 경쟁 사회, 능력주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싶었다. 팬데믹을 겪으며 모든 나라 사람들이 다 공감하는 피부로 느끼는 문제였기에 더 많은 분들이 감정이입해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특히 한국에 있는 시청자들을 위한 수상 소감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오징어 게임'으로 외국에 시상식이든 행사에 가게 되면 교포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오징어 게임' 덕분에 위상이 높아졌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어디 나올 때마다 올림픽도 아닌데 국가대표 되어 나온 것 같은 그런 기분과 부담감이 항상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들의 일련의 여행이 잘 마무리 돼서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팬들께 보답할 수 있게 돼서 너무 다행이다. 한국 시청자와 관객분들이 굉장히 까다롭다. 조금 뭔가 안좋으면 질책도 하시고 나무라시고 취향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 시청자와 관객 분들이 계신 곳에서 영화를 만들면서 지나온 세월들이 조금 더 발전하고 조금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된 것 같다. 우리 국민 만족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다음 번 에미상에 도전하게 된다면 어떤 부문에서 수상하고 싶냐는 질문에 "물론 시즌2로 온다면 꼭 작품상을 받고 싶다. '베스트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S"하고 호명하길래 '스퀴드 게임'인줄 알았는데 "석세션"이라고 하더라. 일어나다가 주저 앉았다. 다 같이 무대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꼭 가지고 싶다. 상이 욕심낸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 좋은 시즌으로 돌아오겠다.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2에 대한 진행 상황에 대해 "한참 쓰고 있는 중이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는데 차이점을 두자면 성기훈이 시즌1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 순진무구하기도 한 인물 아닌가. 아이 같은 면이 많은 인물이다. 시즌2에서는 시즌1 마지막에서 보셨듯이 진중하고 심각하다. 일을 벌일 것 같은 무거운 인물로 돌아온다. 시리어스한 인물로 돌아온다. 차이점이 있다면 시즌1과 다른 게임들이 많이 등장할 것 같다. 기대해주시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어 황 감독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1년이 지나갔다. '오징어 게임'을 함께 만들어주신 배우, 스태프께 감사드린다.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데 이 여정이 끝난 게 너무 힘들어서 한편으로 '끝났구나'하고 안도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 이 분들(박해수, 정호연, 오영수)과 이런 자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제가 시즌1에서 여기 세 분을 다 죽여버려서 아쉽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한다. 다시 살려야 하나 생각도 들고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도치 않게 국가대표처럼 드라마를 대표하는 사람처럼 되어 버렸는데 남은 시즌2를 더 열심히 만들어서 기대하는 분들과 한국의 많은 시청자분들, 전세계 팬들께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 다하겠다. 다들 '어깨가 너무 무겁지 않냐' '시즌2에서 1의 성공 어떻게 감당할거냐'라고 묻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간절히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주기를 바라자'는게 제 신조다.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만들 거고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면 좋겠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답했다.
황동혁 감독은 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시리즈 감독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앞서 지난 4일 개최된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 시상식에서 여우게스트(이유미), 싱글 에피소드 부문 특수시각효과상(정재훈 외), 스턴트 퍼포먼스상(임태훈 외), 내러티브 컨템포러리 프로그램 부문 프로덕션 디자인상(1시간 이상)(채경선 외) 등 4개 부문을 수상한바 있어 이번 에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2개 부문을 수상하며 도합 6개 부문 에미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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