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거부' 배수진..한미, '대화'냐 '압박'이냐 기로

정준기 2022. 9. 1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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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선제공격'을 명시한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비핵화 접근법이 시험대에 올랐다.

'비핵화는 없다'는 북한의 그간 입장을 법령에 못 박았기 때문이다.

당분간 한미와 북한이 맞붙는 강대강 대치국면이 지속되겠지만 비핵화 협상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2019년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 없이 끝난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회담은 없다"며 비핵화에 대해 줄곧 부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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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불가' 공언, 대화 의지는 있을 수도
한미 양보 관건이지만 '원칙 고수' 기울듯
당분간 압박 불가피.. "힘의 균형 이어질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선제공격'을 명시한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비핵화 접근법이 시험대에 올랐다. '비핵화는 없다'는 북한의 그간 입장을 법령에 못 박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퇴로를 걸어 잠근 것으로 비친다.

그렇다고 정부도 비핵화 원칙을 바꿀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발표 또한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 가능성을 아예 일축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당분간 한미와 북한이 맞붙는 강대강 대치국면이 지속되겠지만 비핵화 협상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담대한 구상' 전제인 핵협상 걷어찬 北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우리로서 중요한 것은 종국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스스로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 포기,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공언한 것에 아랑곳없이 기존 비핵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2019년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 없이 끝난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회담은 없다"며 비핵화에 대해 줄곧 부정적이었다. 이번엔 법령과 김 위원장 연설을 통해 '비핵화 협상 불가' 방침을 재차 밝혔다. 비핵화 의지만 보여도 경제지원에 나서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시작부터 걷어찬 셈이다.


北 오히려 대화 급할수도… 한미 양보가 관건

하지만 북한이 대화를 아예 거부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도 자신의 핵 전략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며 "북한이 5가지 핵 사용 조건 등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한 것은 어떻게 보면 '말려달라'는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자연재해 △장기간 국경 봉쇄 △대북 제재 등으로 피폐해진 내부 상황을 북한이 무시하기 어려운 처지다.

관건은 배수진을 친 북한을 상대로 한미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달렸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유인책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 조치가 대표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장기적으로는 '원칙이냐 현실이냐'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은 전체적 핵 동결을 하고, 한미는 연합훈련 등 군사적 위협을 일정 부분 제한 및 유예하는 등의 방식을 제시하면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답 없는 北…냉전식 고립구도로 가나

정부 당국자는 "'비핵화 협상 불가'는 기존에 북한이 밝혀온 입장이고 담대한 구상도 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완고한 태도를 바꾸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비핵화를 거부한 북한을 향해 당분간 강력한 압박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북한은 언제든 7차 핵실험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북한은 8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관련 당국자 회담에 대해 이날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파키스탄 모델을 따라 역내 핵능력국가로 자리매김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북한은 전술핵을 쥐고 있고, 우리는 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벽을 쌓는 힘의 균형 상태가 이어져 냉전체제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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