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출연연, 사업화 전문 큐레이터 돼야 한다

2022. 9. 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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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호 ETRI 사업화전략실장

얼마 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대한민국 우상혁 선수가 2m 35cm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많은 국민들이 그가 바(bar)를 넘는 순간을 숨죽이며 바라보았고, 바를 넘었을 때의 짜릿함을 경험했을 것이다. 필자가 출연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서일까? 선수가 넘어야 하는 바를 보면서 기업이 극복해야 할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 떠올랐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결과물의 활용과 확산 측면에서 출연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뛰어넘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성공사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성공사례 창출을 위해 출연연구기관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사업화를 적극 지원해 기술사업화 선순환 구조 정착을 통한 국가 경제성장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연연구기관은 축적된 노하우와 보유자원을 활용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의 사업화 성공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출연연구기관의 효과적인 중소기업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첫째, 사업화 전담조직(TLO, Technology Licensing Office)의 역할을 TCO(Technology Commercialization Office)로 확대·개편해야 한다. 상당수의 출연연구기관이 기술이전 중심의 사업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IP관리, 기술이전계약 등의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어 기술이전 이후 기업의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한 후속지원 역할은 미흡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사업화 성공을 위해 출연연구기관은 단순 애로사항 해결뿐만 아니라 보유한 인력, 인프라 등을 적극 활용해 기업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정보 제공부터 상용화에 이르는 전 주기를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출연연구기관 사업화 전담조직의 역할을 중소기업 지원업무까지 확대하고, 이에 따른 전문화된 역할을 명문화해 기술사업화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기술혁신 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수요 맞춤형 사업화(R&BD)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연구·개발(R&D)이 아이디어를 정보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면, R&BD는 아이디어를 제품 또는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R&D 결과물은 제품·서비스로 구현돼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R&BD 사업은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기술사업화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기업지원이 가능하다. 목표 시장과 기대수익을 명확히 파악하는 비즈니스 모델(BM) 기획이 선행된 후 R&D를 통한 시제품 개발, 시장 요구사항을 추가 반영한 기술개발 및 인프라 지원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연연구기관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R&BD 사업의 확대로 R&D 기획단계부터 시장연계를 강화시킬 수 있고, 시장이 원하는 R&D 성과창출이 가능하다.

셋째, 출연연구기관 신기술 창업전문회사의 기업성장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신기술창업전문회사의 투자수익을 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에 재투자함으로써 기술사업화 선순환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기술창업전문회사는 자금투자를 통한 자회사 설립에만 초점이 맞춰져 기업의 성장지원 및 사후관리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존 출연연구기관의 사업화전담조직과 신기술창업전문회사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여 신기술창업전문회사의 기업성장지원 기능 확대로 자회사의 마중물 후속투자 및 민간 VC의 대형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사업화 지원을 위해서 출연연구기관은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사업화 전문 큐레이터(Tech-Market Curator)가 되어야 한다. 출연연구기관은 R&D 결과물의 선별, 조합, 분류 등의 재가공 활동을 통해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화 유망기술을 발굴해야 한다. 또한 발굴된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우상혁 선수가 상상할 수 없는 높이의 바를 뛰어넘었던 것처럼, 우리 중소기업도 죽음의 계곡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출연연구기관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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