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최저 '달러당 6.9 위안'.. 中 '포치 저지선' 이 흔들린다 [글로벌 리포트]
중주철 연휴 끝난 13일 위안화 절상 감행
환율 하락 따른 외국 자본 이탈 위험성 ↑
中 성장률 저하 땐 한국 경제 피해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위안(포치·破七, 7이 파괴되다는 뜻)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대관식을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을 압력을 두고 보기엔 외국자본의 이탈, 금융 불안 등 리스크가크다. 중국 위안화는 한국의 환율시장과 연동된다. 따라서 포치가 발생할 경우 원화값도 폭락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경제도 안심할 수 없다. 다만 미·중 관세전쟁이 불거졌던 2019년의 포치 때와는 달리 시장이 대비를 하고 있어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4일 연속 '1달러 6.9위안'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9일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9098위안으로 고시했다. 인민은행 홈페이지 통계를 보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이달 6일 6.9096위안, 7일 6.9160위안, 8일 6.9148위안 등 4일 연속으로 6.9위안을 넘어섰다가 중추절(추석) 연휴가 지난 13일 6.8928위안으로 절상됐다. 6.9위안 이상으로 고시된 것은 2020년 8월 26일 6.9079위안 이후 2년여 만이다.
외환시장을 아직 완전히 개방하지 않은 중국은 전 거래일 위안화 시장 환율과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 바스켓 환율, 역주기 조절 요소 등을 고려해 기준 환율을 정한다. 사실상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인 셈이다.
실제 인민은행의 위안화 기준 환율이 적용되지 않는 역외시장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매일 7위안에 근접했다가 소폭 하락하는 선으로 포치에 다가서고 있다. 달러당 7위안 직전인 6.99위안까지 올라가는 사례도 반복되는 상황이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 상승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이로써 포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이 파괴되다'는 의미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포치를 건드리려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곧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재확산과 부동산 침체 우려를 들어 위안화 환율이 3개월 안에 포치의 현실화를 진단했다.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한 것은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쳤던 2020년 7월 27일 7.0029위안이 마지막이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올해 최고점을 찍은 이달 7일 6.9160위안과 1월 4일 6.3794위안을 비교하면 위안화 가치는 이미 9개월여 동안 8.4%이상 평가절하됐다. 중정성 핑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위안이라는 마지노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달러·제로코로나 등 압박
이 같은 위안화 하락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달러 초강세다. 미국은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연이은 고강도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월 90선 상승세로 돌아선 뒤 20년 만에 최고치인 110을 넘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연준이 인플레가 통제되고 있다고 자신할 때까지 금리를 지속해서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현재 2.25∼2.5%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남은 세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총 1.5%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 달러는 올해 벌써 14.6% 절상됐다.
펑파이신문 금융개혁실험실은 전문가를 인용 "미국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직면했고 공급망은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더욱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지금 미국경제가 달러 강세를 필요로 하는 것은 외환시장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진단했다.
반대로 중국경제는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말부터 재확산된 코로나19는 경제수도 상하이를 비롯해 31개 성시 대부분 지역으로 퍼졌다. 중국 내에서도 방역 강도가 높은 베이징조차 연일 확진자가 확인되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은 그 지역 경제가 멈춰 서는 것을 뜻한다. 이른바 '제로코로나'다. 중국은 무관용 기조에 따라 확진자 발생 지역은 외출을 금지시키고 길거리 이동도 막는다. 당연히 공장 가동은 중지되며 물류 이동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 외식업, 물류, 관광, 운송업 등 후폭풍은 전방위적이다.
상하이가 2개월 동안 봉쇄되면서 중국의 올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코로나19 초창기 후베이성 우한이 봉쇄됐던 2020년 1·4분기(-6.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상하이만 놓고 보면 성장률은 -13.5%로 후퇴했다.
코로나19는 상하이 이래로 단기간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 기술 허브 선전과 서부내륙 최대 경제권 쓰촨성 등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27개 지역이 제로코로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61년 만의 폭염·가뭄 전력난, 규모 6.8의 지진·폭우 등 잇따르는 자연 재해도 중국 경제를 짓눌렀다. 이로 인해 중국의 공업 분야 수익성은 2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제조업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두 달 연속 위축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6~24세 청년실업률은 6월 19.3%에서 7월 19.9%로 올랐다. 2021년 10월 14.2% 이후 지속적으로 청년실업률은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보고서에서 "폭염·가뭄이 지속되면서 신에너지, 자동차, 반도체 등의 주요 생산기지인 쓰촨성의 전력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줄 것"이라며 "이는 8월 생산과 3·4분기 GDP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정부가 뒤늦게 규제를 풀어준 부동산 시장의 경우 기대만큼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투자 기업들은 부동산에 돈을 넣기보다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사내 유보금을 늘리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주택 추가 구매자의 개인 선지급 비율(주택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할 때 일시불로 내야 하는 개인 부담금. 이 수치가 내려가면 개인이 은행으로부터 빌릴 수 있는 대출금 비율이 늘어남)을 낮추고 시중은행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함께 내렸어도 대출은 지지부진하다.
베이징의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자금을 맡기겠다는 기업 문의가 많지만 그만큼 대출이 나가지 않아 모두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했다.
■시 3연임 앞두고 묘책 없는 中정부
중국 정부가 대수만관(물을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뜻의 중국판 양적완화)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꾸준하게 금리정책 카드를 꺼내는 것은 이 같은 중국 내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안팎의 상황이 부담이 되지만 다른 묘책이 없는 상황에서 시 주석 집권 3기 전에 '경제발전'이라는 치적을 달성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이미 중국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월(1년 만기)과 5월(5년 만기), 이어 8월(1년·5년 만기) 등 3차례 인하했다.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1월·8월 두 차례 내렸다. 시중은행의 외화 지급준비율은 4월과 8월에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다 앞으로 소폭의 추가 금리 인하도 한두 차례 더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꺼낸 정책은 위안화 약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긴축에 들어간 것과는 달리, 중국 나홀로 역주행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한 셈이다.
위안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수출에 유리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미·중 갈등과 미국의 제재, 글로벌 경기 약화 등에 부딪히면서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올해 8월 4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져 7.1%에 머물렀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수출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출이 중국 GDP 성장에 기여하겠으나 상반기만큼 강력하지 않아 중국은 내수에 더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8월 20일 현재 중국 8개 주요 항구의 대외무역 컨테이너 처리량 증가율은 14%에서 1%로 하락했다. 연한 항구의 대외무역 화물 물동량도 7월 기준 7%에서 1%로 약화됐다. 펑파이신문은 "위안화 환율 평가 절하는 양날의 검"이라며 "수입 원자재와 부품을 들여오기엔 현재의 위안화 환율 하락으로 지출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중 금리 격차가 더 축소되거나 역전되면 중국의 주식·채권·외환시장에서 외국자본 이탈이 가속하고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위험도 있는 등 리스크는 상당하다.
■최대 교역국 한국도 충격 우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올해 2위 교역국이 될 정도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교역 비중이 크다는 것은 양국 경제 밀접도와 환율 연동성도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경제가 흔들리면 한국경제도 충격을 받게 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중국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것인 지다. 중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달러당 7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일부에선 7.2위안 혹은 7.5위안까지 예상한다.
하지만 중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포치를 몇 차례 겪은 점 △달러 강세가 주요 원인이라는 점 △시장의 큰 패닉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으며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주장하고 있다. 중신젠터우 증권은 "위안화와 달러 연동성이 뚜렷하게 강화된 상황에서 위안화 환율의 향후 추이를 분석하는 것은 달러 지수에 더 많이 달려 있다"면서 "위안화 평가절하 내지 포치 압력이 있지만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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