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풍경] 현생인류가 똑똑한 이유

한겨레 2022. 9. 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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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의 아버지 칼 린네는 이명법을 고안해 수많은 종의 학명을 지었다.

현생인류의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 역시 린네의 작명으로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린네가 죽고 78년이 지난 1856년 독일 네안데르계곡에서 인골이 발견됐고 분석 결과 현생인류와 다른 종으로 결론이 나 네안데르계곡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현생인류가 똑똑해진 대신 뇌종양 발생 위험성이 커졌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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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풍경]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TKTL1 단백질은 261번째 아미노산이 다르다(전자는 라이신, 후자는 아르기닌). 그 결과 현생인류에서 활성이 커져 태아 발생 과정에서 전두엽에서 bRG와 뉴런을 더 많이 만들어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똑똑해진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분류학의 아버지 칼 린네는 이명법을 고안해 수많은 종의 학명을 지었다. 현생인류의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 역시 린네의 작명으로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린네가 죽고 78년이 지난 1856년 독일 네안데르계곡에서 인골이 발견됐고 분석 결과 현생인류와 다른 종으로 결론이 나 네안데르계곡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네안데르탈인이라고 불리는 이 인류는 수십만년 동안 현생인류와 공존하다 약 3만년 전 멸종했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을 두고 아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골격을 봤을 때 이들은 현생인류보다 힘이 셌을 것이고 두개골에서 추정한 뇌 크기도 차이가 없거나 심지어 더 크다는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약 700만년 전 유인원 계열에서 갈라진 인류 계열은 진화 과정에서 뇌 용량이 3배 정도 커지면서 똑똑해졌다는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네안데르탈인의 존재는 이 가설의 불편한 결함인 셈이다.

이에 뇌 크기뿐 아니라 구조와 신경네트워크 배치 역시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생인류는 공감과 협력에 뛰어나 일대일로 싸우면 힘든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늑대를 개로 길들여 함께 사냥에 나서며 먹이 경쟁에서 우위에 섰다는 분석도 있다. 그럴듯한 얘기들인데 문제는 남겨진 화석만으로는 이를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 사이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탁상공론에 그칠 것 같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 게놈 해독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2014년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출해 게놈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는, 믿기 어려운 일이 현실이 됐다. 침팬지와 네안데르탈인, 현생인류의 게놈을 비교하면 세 종의 인지능력 차이를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주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뇌 발생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에 차이가 나게 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찾았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주인공은 TKTL1 유전자로 유인원과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유형이지만 현생인류만이 달랐다. 그 결과 유전자 산물인 단백질에서도 아미노산 하나가 다르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그 결과는 극적이었다.

TKTL1 유전자는 사람 태아 발생 과정에서 신피질에서 집중적으로 발현한다. 생쥐 게놈에 네안데르탈인 버전의 TKTL1 유전자를 넣어주면 뇌 발생 과정에서 별 차이가 없지만 현생인류 버전을 넣어주자 신피질에서 bRG라고 부르는 신경줄기세포와 이게 분화한 신경세포(뉴런)가 더 많아졌다. TKTL1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 버전으로 바꾼 사람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뇌 조직(오가노이드)은 사람 버전보다 bRG와 여기서 유래한 뉴런이 더 적었다.

TKTL1은 지방산 합성 경로에 관여하는 효소로 현생인류의 변이형은 세포막의 재료인 지방산을 더 많이 만들고, 그 결과 세포분열이 더 왕성해져 bRG와 뉴런이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몇몇 뇌종양에서 암세포의 TKTL1 유전자 발현이 늘어나 있다. 현생인류가 똑똑해진 대신 뇌종양 발생 위험성이 커졌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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