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따져 소주 마셔요"..2030이 주류판을 흔든다
쌀로 만든 증류식 급부상
◆ 유통 판 뒤집는 소비자 ③ ◆
'소주 원재료는 무엇일까'란 소비자의 궁금증이 한국 소주 시장 판을 바꾸고 있다. 박재범 원소주, 화요, 일품진로 등 '증류식' 소주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반면 참이슬, 처음처럼과 같은 '희석식' 소주 소비는 감소세다. '부어라, 마셔라' 취하기 위해 마시던 것에서 원재료와 생산지를 따지며 술을 만든 사람의 '스토리'를 마시는 것으로 술 소비 문화가 바뀌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원소주를 만드는 주류 제조 전문기업 원스피리츠는 13일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못 파는 상황"이라며 "원료 수급을 위해 강원도 원주 농협 측에 내년에 쌀 1만t을 구매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쌀 1만t은 원주 전체의 연간 쌀 생산량이다.
소주 시장에서 증류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전년보다 28% 급증한 2567㎘로 집계됐다. 올해는 원소주의 영향으로 배 이상 늘어난 5000㎘가 넘을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전년보다 5.5% 감소한 82만5858㎘를 기록했다. 증류식 소주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원소주엔 '어른의 포켓몬 빵'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인터넷엔 구매 성공 후기가 공유되고 판매가 이뤄지는 GS25 매장의 재고 물량을 확인하는 앱도 등장했다.
증류식 소주 열풍은 일시적 현상이란 지적도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도 원산지와 재료를 따져보고 술을 소비하는 사례가 늘어난 게 보다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명욱 숙명여대 객원교수는 "소비자들이 보르도 와인, 스코틀랜드 위스키, 샹파뉴 샴페인처럼 원재료와 생산지를 꼼꼼하게 따지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며 "일본도 가고시마 고구마 소주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한 증류주가 인기를 끌면서 이미 증류식 소주 시장이 희석식보다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증류식 소주 업계에서는 2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주류 시장에서 해외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는 국산 주류의 고급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증류식 소주 '화요'를 생산하는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은 "지금부터라도 소주 업계가 '가치'를 지닌 술을 만들어야지, '싼' 술을 만드는 데만 집중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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