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월 기대인플레 하락..FOMC 앞둔 연준 부담 덜까

신혜림,박민기 2022. 9. 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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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물가상승률 5.7%
5년 기대인플레 0.3%P 뚝
휘발유 가격 안정세 영향
실직 가능성도 소폭 하락
연준 연착륙 전망 힘실려
美원유 비축량 38년來 최저
미국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물가상승률(기대인플레이션율)이 큰 폭 하락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를 일부 덜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8월 '소비자 기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1년 뒤 인플레이션율이 5.7%(중간값)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7월 6.2%보다 0.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21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3년 후 연평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8%로 전달(3.2%)보다 하락했다. 3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장기적인 물가 상승 기대치도 하락했다. 5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0%로 전달 2.3%에서 하락해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2%)와 같아졌다. 뉴욕 연은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모든 범위에서 하락했다"며 "소비자들은 미래의 가계 소득과 재정 상황에 대해 (7월보다) 더 낙관적"이라고 전했다.

CNBC는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현재 갤런당 평균 3.72달러로 역대 최고가였던 지난 6월 중순(5.016달러)보다 크게 떨어졌다.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1년 후 휘발유 가격이 0.1%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 가격은 5.8%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7월 조사 때보다 0.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임대료도 1년간 9.6% 오를 것으로 전망해 7월 조사 때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1년간 예상되는 미국 주택 중위가격 상승률은 7월 3.5%에서 8월 2.1%로 떨어지면서 2020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은 20~2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둔 연준에도 희소식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차단하지 못할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노동시장에 대한 일부 낙관적인 전망도 제시됐다. 뉴욕 연은 조사에 응답한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실직할 가능성을 11.1%로 전망해 7월 11.8%보다 소폭 하락했다. 당장 직장을 잃을 경우 3개월 안에 새 직장을 찾을 확률은 57.2%로 전달(55.9%)보다 상승했다. 연준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노동시장이 침체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의 노동시장에 대한 전망은 전달보다 소폭 개선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소비자들이 연준의 '연착륙' 의지를 믿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활비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1년 뒤 가계 지출 증가율(중간값) 전망치는 8월 조사에서 전달보다 1%포인트 상승한 7.8%를 기록했다. 또한 향후 3개월 동안 부채를 갚지 못할 확률은 12.2%로 집계돼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다시 반등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하락세를 이어갔던 국제유가는 미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이란 핵협상 난항으로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승세로 전환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99달러(1.14%) 오른 배럴당 87.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최근 유럽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 달러 가치는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지난주 한때 110을 상회했으나 이날 약 0.7% 하락한 108.355에 거래됐다.

한편 미국이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전략비축유(SPR) 방출에 나서면서 미국 원유 비축량은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이날 발표한 SPR 통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미 비축유는 지난 5월 이후 최대치인 약 840만배럴이 줄어들면서 4억3410만배럴이 저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신혜림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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