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자립준비청년 만나 "부모세대로서 부끄러워"

유정인 기자 2022. 9. 13. 17: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충남 아산시 자립지원전담기관 희망디딤돌충남센터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간담회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방치한 것은 아닌지 부모세대로서 부끄러웠다”며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로 내세운 ‘약자복지’도 거듭 강조했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국정에 복귀하는 첫 일성을 ‘약자 복지’에 맞추면서 민생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최근 흐름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을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재정적으로 돕는 차원을 넘어 우리 미래를 위한 의무이자 배려”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어렵고 힘들지만 결집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들을 살피는 ‘약자 복지’가 윤석열 정부의 복지 기조”라며 “표를 얻는 복지가 아니라 표와 관계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약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복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립생활관을 둘러본 뒤 자립준비청년 4명과 민·관 관계자들과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대선 후보이던 지난해 연말 자립준비청년을 만난 일을 언급하며 “국가가 이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를 못하고 너무 정말 내팽겨쳐져 있는 국민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기업과 종교단체, 대학 등이 지원활동을 펴는 것을 두고 “정부의 대표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라면서 “경제 여건이 어려워서 긴축 재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쓸 돈은 써가면서 우리 청년들의 미래 준비를 위해서 정부도 아주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자립준비청년은 “시설에 살아도 각자 꿈이 있는데, 적성과 무관한 곳에 일자리를 소개해줘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민간기업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취업 연계 인턴십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년은 “자립준비청년이라고 밝히면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때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며 사회적 인식 개선에 앞장서달라고 했다.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은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 보호아동 중 보호종료 후 5년이 되지 않은 자립준비청년 등에게 1대1 관리와 자립지원 통합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삼성전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협력해 주거공간인 자립생활관을 제공하고, 생활과 진로를 지원하는 ‘희망 디딤돌’ 사업도 진행한다고 대통령실은 소개했다.

이날 자립준비청년들과의 만남은 추석 연휴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의 첫 공식 일정이다. “약자 복지, 민생 현장 행보의 일환”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약자 복지’를 국정 철학격인 ‘자유’와 연결짓고 있다. 지난 1일 위기가구 대책을 화두로 현장 행보에 나섰을 때는 “연대 없이는 자유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속적인 현장 행보로 민심 다잡기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생 현장 행보 강화는 동시에 윤 대통령의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어젠다로 내세운 교육·노동·연금 등 3대 개혁은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보건복지부 장관 공석이 장기화하며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는 미·중 패권경쟁과 북핵 위기 고도화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고, 글로벌 경제 위기 신호로 단기에 경제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국정과제를 실현하기도 녹록지 않다. 중첩된 난맥상 속에 윤 대통령은 현장 행보와 민생 강조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면서 리더십 위기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