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몽둥이 든 도둑들, 국민이 부끄럽다

2022. 9. 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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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에디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내가 뭘 잘못한 것이 또 있답니까"라고 했다. 지난 2일 검찰의 소환 요구에 "먼지 털기를 하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으로 꼬투리를 잡는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마치 검찰이 자신을 잡으려고 온갖 혐의를 뒤졌지만, 결국 아무 것도 나온 게 없지 않느냐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은 배우자 김혜경씨가 연루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비롯해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에 '정치보복'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수호대를 자처한 이재명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재판 결과에 따라선 국회의원직이 박탈되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길이 막힌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대선 비용 434억원도 반환해야 할 판이다. 이 대표 개인뿐만 아니라 당으로서도 명운이 걸렸다. 이재명과 민주당이 공동운명체가 된 것이다. 한국 정당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오죽 했으면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이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사상 초유의 일이자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했을까.

그러니 민주당의 '이재명 구하기'가 눈물겹다. 자업자득이지만, 민주당 의원들도 '이재명 방탄 국회'를 자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안'도 그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그런데도 "정치 공세가 아닌 범죄에 대한 공정한 수사 요구"라며 정의감을 앞세운다. 심지어 거대 야당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을 통해 통과시키겠다고 겁박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킨 위력을 다시 보여주겠다는 으름장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대선 승리로 정권을 잡았다고는 하나 종부세 등 민생법안 하나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처지다. '이재명 구하기'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의 몽니 탓이 크다. 구권력인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을 참다 못한 국민이 선거로 권력을 뒤집었지만, 정권 교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 총질'도 국민 눈에 꼴불견이긴 마찬가지다. '이준석 리스크'의 본질이자 문제의 시발점은 이준석 본인이다. 징계 사유인 '성접대'와 '7억 투자각서'에서 비롯됐다. 그에 대한 반성이나 해명은 일언반구도 없이 잡음만 요란하다. 이준석발(發) 리스크에다 인사 잡음, 권력 다툼까지 불거져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여야 정치권의 유치하고 수준 낮은 싸움질이 역겹게 느껴진다. 찜찜하고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다가 갑자기 수치심이 확 든다. 때론 분노가 치밀어오르기도 한다. 말썽은 다른 사람이 저질렀는데도, 마치 그 오점이 나에게도 있는 것 같아서다. 한 마디로 줄여서 '너 때문에 창피해'라는 심리적 효과다. 입으로만 '국민'을 들먹이면서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설치는, 수준 낮은 정치를 매일 지켜봐야 하는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심정일 것이다.

어제 한 말조차 오늘은 180도 뒤집는 사람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당 대표 자리까지 오르는 게 여의도 정치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개발은 내가 설계하고 진행한, 내 행정 최고의 치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관련 의혹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대장동 개발은 국민의힘 당이 토건세력과 결탁해 저지른 최악의 부동산 사업이다. 설계자, 진행자를 발본색원하라"고 한다. 심각한 건 그런 행태조차 감싸고 도는 팬덤 지지세력이다. 수많은 의혹과 혐의를 받으면서도 기고만장할 수 있는 것도 철통 옹위에 나선 그런 극렬 지지세력 덕분이다.

일반인이 죄를 지으면 불안과 동요를 수반하는 불쾌한 감정을 겪는다. 수치심을 동반한 죄의식의 발로여서 정신적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라는 표시다. 따라서 죄의식이란 인간 사회에서 없어선 안 되는 소중한 덕목이다. 수치심과 죄의식이 없는 이를 범죄학에선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 판치는 여의도의 '사이코패스 정치', 언제쯤 끝낼 것인가.

박양수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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