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지 못하는 우리'..박병호 없는 KT, 이제는 강백호 차례

김은진 기자 2022. 9. 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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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연합뉴스



강백호(23·KT)는 올시즌 두 번의 부상을 당했다. 개막 직전 발가락이 골절돼 수술받았고, 두 달 쉰 뒤 복귀했으나 한 달 만에 허벅지 햄스트링을 다쳐 다시 재활하다가 한 달 반 만에 복귀했다. 8월17일 키움전에서 복귀한 지 약 한 달째, 22경기에서 강백호는 타율 0.220(82타수 18안타)에 그치고 있다.

강백호는 박병호(36·KT)와 함께 뛸 수 있게 된 올시즌을 매우 기대했다. 아마추어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홈런왕’ 박병호와 한 팀에서 뛸 수 있게 된 것에 “나는 성공한 덕후”라고도 했다. KT로 오면서 자신에게 주전 1루수를 ‘양보’하고 지명타자로 이동한 리그 최고 1루수 박병호로부터 1루 수비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면서 더 성장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강백호의 우상이었던 박병호는 강백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 KT를 맨앞에서 끌었다. 외국인타자까지 부상으로 빠진 초반에는 중심타선에 혼자 남아 큰 부담을 안았지만 5~6월 사이 21개의 홈런을 쏟아냈다. 승부를 뒤집거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홈런들을 터뜨렸고, 리그 주전 내야수 중 가장 많은 나이로 주전 1루수를 맡아 873이닝을 소화하면서 8위까지 처져 있던 KT를 점차 끌어올려 3위 싸움으로 이끌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 처음 겪는 심각한 타격 부진에 힘들어하는 강백호를 향해 “동료들이 있으니 조금 못하더라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내가 장타를 좀 더 쳐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도 했다.

강백호에게도, KT에게도 기둥이 되어주던 박병호가 이제 없다. 지난 10일 경기 중 발목을 접질려 인대가 손상된 박병호의 부상에 KT는 최악의 경우 포스트시즌까지도 박병호 없이 치러야 할 각오를 하고 있다.

KT가 자유계약선수(FA) 박병호를 영입한 것은 장타력 때문이었다. 지난 2년간 아무리 부진했다고 해도 20홈런씩은 때려주는 박병호의 거포 본능이 살아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타격 각 부문 타이틀을 다툴 정도로, 데뷔 4년 만에 훌쩍 큰 강백호와 시너지 효과를 크게 기대했다.

바람과 달리, 둘이 올시즌 함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38경기뿐이다. 리그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른 강백호가 부상 당해 데뷔 이후 가장 큰 시련을 겪는 사이, 저물었다는 평가를 받던 박병호가 원맨쇼를 펼치며 그 빈 자리까지 너끈히 메웠다. 박병호가 없는 이제, KT는 강백호를 바라본다.

박병호가 자리를 벗어나자 KT는 강백호를 4번 타순에 1루수로 세웠다. 홈런 1위 박병호의 장타 위력을 대체할 수 있는 타자는 없겠지만 그 자리를 맡길만한 타자는 강백호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부상과 깊은 부진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지난 시즌에도 강백호는 마음고생을 했다. 가장 잘 쳤던 시즌이지만 우승 싸움의 압박감 속에 막바지 팀 타선의 집단 부진에 강백호도 해결사의 위력을 잃었다. 그러나 마지막, 삼성과 타이브레이커에서 결승타를 때려 1-0 승리로 KT의 창단 첫 우승을 결정지었다. 1위를 달리던 여러 부문 개인 타이틀도 결국 모두 다른 타자에게 넘겨줬지만, 가장 중요할 때 꼭 필요한 1점을 뽑아준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제 강백호가 다시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다. 타선의 중심에 서는 강백호가 일어선다면 KT의 분위기도 금세 회복될 수 있다. 데뷔 후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는 강백호가 정신적으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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