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번엔 바이오까지 미국내 생산 독려..한국기업들 득실 계산

이재덕 기자 2022. 9. 13. 16: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도서관에서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는 프로젝트인 ‘캔서 문샷(Cancer Moonshot)’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기술을 증진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며 “우리는 향상된 생명공학을 이곳 미국에서 제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내 바이오 생산업체를 지원하는 내용의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국내 바이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 산업까지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를 함께 내놨다.

이번 행정명령은 시장 규모가 팽창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이런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 중 매출 상위권 기업들은 론자(스위스), 베링거인겔하임(독일), 삼성바이오로직스(한국), 카탈란트(미국), 후지필름(일본), 우시바이오(중국)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한국 등 해외 CMO, CDMO 기업에 대한 제재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 내에서 자급하지 못하는 의약품이 있고. 이런 의약품은 계속해서 해외 CMO나 CDMO를 통해 생산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행정명령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정해진 뒤에서야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미국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업체들은 이번 조치로 수혜를 입게 됐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에 뛰어든 SK팜테코는 이미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최근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있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미국에 생산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인디애나주 등 공장 건설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대기업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대를 위한 ‘반도체와 과학법’과, 배터리를 미국 등 특정 국가에서 조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지난달 시행된 두 법률은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시도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추가된 바이오 산업은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늘리는 분야여서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중 사이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런 때 국내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제약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날 “미국의 이번 발표는 전세계 바이오산업과 바이오의약품 제조 경쟁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협회는 “미국이 바이오 기술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게 되면 유럽 등도 투자 확대를 검토할 것이 자명하므로 한국 역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대폭적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