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바지 입고 출근한 72년생 이복현, 딱딱하던 금감원이 달라졌다

류재민 기자 2022. 9. 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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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빅테크·핀테크 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지난 5일부터 전면적인 자율복장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연중 근무일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편안한 자율 복장 착용을 권장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 청사에는 아직은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하는 직원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티셔츠나 청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보입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담당 등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파트들은 한동안 눈치를 볼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귀띔하더군요.

원래 금융권이 보수적인 편이고, 금감원은 반관반민 조직이라고 할 수 있어 완전 자율복장제 시행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2020년 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금요일 자율 복장 출근이 자리를 잡긴 했지만, 월~목요일까지 전면 도입한 것은 큰 변화라고 할 만합니다.

이런 변화는 1972년생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더 속도를 내는 분위기입니다. 이 원장은 금요일에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에 면바지와 셔츠를 입고 등장해 직원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있었던 부서장 인사에서도 변화가 보였습니다. 부국장을 거쳐야 국장이 될 수 있었던 관행을 깨고 부국장을 거치지 않은 팀장 5명이 국장으로 발탁됐습니다. 인사라는 것이 구구한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긴 하지만, 어쨌든 달라진 점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복현 원장의 금감원이 내부적으로는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금융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감원이 직원들의 복장뿐 아니라 금융권의 허다한 ‘그림자 규제’들을 덜어내고 지우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길 바랍니다. 금감원 직원들이 모두 넥타이를 풀고, 청바지를 입는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금융회사 사람들이 하는 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에게는 주인 의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금감원 의식’이다.” 금융 규제 기관인 금감원을 늘 의식하고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아야 금융 규제 개혁이든, 금감원의 변신이든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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