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만 대표팀 복귀' 이강인, 월드컵 가려면 '맞춤옷' 절실하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리그에서 연일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실력을 뽐낸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이 1년 반 만에 A대표팀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생소한 포지션을 소화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이강인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동행의 희망을 살린 지금, 자신에게 맞는 옷이 간절하다.
파울루 벤투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9월 A매치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강인, 손준호, 이재성, 양현준, 김민재 등 지난 6월 명단에 없었던 이름이 올랐다.
소집된 선수단은 오는 23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홈 친선경기를 가진다. 두 경기 모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의미 있는 모의고사가 될 전망이다. 오는 11월 최종 엔트리 26인을 확정하기 전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중요한 경기기도 하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H조에 속해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를 만난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대비해 월드컵 본선 진출국들과 친선경기 일정을 잡았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19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파주NFC에 소집돼 A매치 2연전을 준비한다.
이번 A대표팀 소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지난해 3월 한일전 이후 1년 반 만에 선발된 이강인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 "다른 선수들의 선발 이유와 동일하다. 이강인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선발 이유는 경기력, 현재의 폼, 대표팀의 요구사항들을 고려해서 선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강인에게 대표팀 마지막 경기는 좋지 않은 기억이었다. 0-3으로 대패한 지난해 3월 한일전 당시 이강인은 선발로 나서 전반전 45분만 뛰고 교체아웃됐다. 본인이 선호하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그는 낯선 위치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경기를 조기에 마쳤다. 본 포지션에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패배의 책임을 안았으며 이날 2022년 9월 A매치 소집 명단 발표 전까지 약 1년 반 동안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 점은 이강인 입장에서 억울할 만한 상황이었다.
셰계 양대 리그로 불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라리가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중 오랫동안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한 선수는 이강인 뿐이었다. 이강인은 출전 시간 증가를 위해 지난 시즌 발렌시아에서 마요르카로 이적했지만 만족할만한 기회를 받진 못했고(리그 15경기 선발, 15경기 교체출전) 1골 2도움의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인상 깊은 활약을 남기지 못하자 대표팀과도 더욱 멀어졌다.
반면 EPL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은 최종예선, 6월 A매치 등에 꾸준히 소집되며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강인의 대표팀 낙마가 길어지자 축구 지능과 킥에서 강점이 있음에도 스피드나 활동량, 수비가담 등에서 벤투 감독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에 따라 이강인은 월드컵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었던 최종예선에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의 포지션에 이재성(마인츠05), 권창훈(김천 상무), 이동경(FC 한자로스토크) 등을 중용해왔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리그에서의 활약이 마침내 이강인을 대표팀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이강인은 2022~2023 스페인 라리가에서 개막전 포함 5경기에 선발 출전해 2라운드부터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 3도움)를 기록했다. 적극적인 수비가담도 여러 차례 선보였다.
이강인은 이러한 활약 덕분에 라리가 선정 8월 이달의 선수상 후보에도 오르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앙 펠릭스와 함께 라리가 도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후스코어드닷컴 라리가 올 시즌의 베스트11에 주전 공격수(평점 7.9점)로 올라있기도 하다.
이강인은 결국 오랜 기간 자신을 외면했던 벤투 감독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이강인이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최전방에서 자유롭게 뛰기에 맹활약하는데 대표팀에서는 어떻게 활용할지를 묻자 벤투는 "어떻게 활용할지 관찰 중이다. 이강인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공격 프로세스에서 기술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며 판단력도 뛰어나다. 계속해서 수비 프로세스에서 발전해 나가야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팀적으로 각 선수들이 어떤 것을 가져올 수 있을지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선수의 특징을 알고 활용법을 모색한다고 했지만 이미 이강인과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췄던 경기에서 맞지 않는 옷을 입혀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과연 이강인은 1년 반 만에 돌아온 대표팀에서 소속팀과 같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극적인 월드컵행을 위해 우선 '맞춤옷'이 간절한 이강인이다.
▶2022년 9월 A매치 대표팀 명단(26명)
GK(3명)=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 현대) 송범근(전북 현대)
DF(9명)=김민재(SSC 나폴리) 김영권 김태환 (이상 울산 현대) 김문환 김진수(이상 전북 현대) 권경원(감바 오사카) 조유민(대전 하나시티즌) 홍철(대구FC) 윤종규(FC서울)
MF(12명)=이재성(마인츠05) 정우영(알사드) 백승호(전북 현대) 나상호(FC서울) 황인범(올림피아코스) 권창훈(김천 상무) 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 이강인(레알 마요르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양현준(강원FC) 손준호(산둥 타이샨)
FW(2명)=황의조(올림피아코스) 조규성(전북 현대)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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