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으로 美와 담판 준비"..'담대한 구상' 좌초 위기[이슈분석]

이유림 2022. 9. 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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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고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핵이 자위적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남선제 위협용으로도 실전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며 "미중 갈등과 신냉전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핵무력이 더 이상 협상용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중러 밀착, 진영 외교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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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무기 사용 5가지 조건 법제화
전문가 "한반도 위기 고조" 한목소리
尹정부 대북정책 운신 폭 좁아질 듯
10월 당대회~11월 美중간선거 사이 北핵실험 가능성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고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상당 기간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없다”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핵무기 사용 조건이 담긴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이 채택됐다. 모두 5가지 사용 조건을 제시했는데 △핵·기타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대북 공격 △지도부에 대한 적대 세력의 핵 또는 비핵 공격 △전략적 대상에 대한 치명적 공격 △전쟁 주도권 장악 등 작전상 필요 △국가 존립에 파국적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 등이다. 또 법령에는 “핵 무력은 국무위원장(김정은)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3조 1항)는 내용이 담겨 김정은 위원장이 전적으로 핵결정권을 쥐고 있음을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전략이 공세적으로 바뀌고 핵사용 문턱은 낮아져 한반도 위기가 한층 고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규정한 핵사용 조건이 포괄적이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것 자체가 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는 더는 수용 불가능해졌다”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담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핵이 자위적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남선제 위협용으로도 실전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며 “미중 갈등과 신냉전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핵무력이 더 이상 협상용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중러 밀착, 진영 외교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의 대북 인식과 태도의 근본적인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며 “대내적으로 핵무기 지휘통제 및 운용을 구체화해 절대무기 유일 지휘권자인 김정은의 절대적 위상과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맞춰 단계적 상응 조치를 제공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은 시작부터 좌초 위기를 겪게 됐다.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단행하기 전까지 대북정책 관련 운신의 폭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핵실험 시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10월16일), 미국 중간선거(11월8일) 사이 즈음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북한 정권은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관한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지만, 우리로서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스스로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란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유림 (contact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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