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대표국' 불명예 낙인찍힌 인도, "여성 대상 범죄 여전"
“인도에서 일어나는 강간 사건들에 대해 들을 때 부끄러워서 머리를 들 수가 없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2014년 취임 후 처음 맞은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이례적인 연설을 했다. ‘세계의 강간 수도’라는 악명을 얻을 정도로 심각한 인도의 성범죄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는 지난달 인도 독립 75주년을 기념하는 대국민 연설에서도 여성들에 관한 생각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국민에게 여성 혐오와 맞서 싸울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한 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BBC가 지난 6년간 인도의 국가범죄기록국(NCRD)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여성 대상 범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력한 봉쇄가 시행됐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기록된 여성 대상 범죄는 총 42만8278건으로 역대 최다였다. 이는 2016년(33만8954건)에 비해 26.35%나 증가한 수치다.
NCRD 자료에 따르면 납치, 강간, 지참금 살인 등 중범죄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납치된 여성들은 7만6263명으로 이 중 다수가 성매매나 가사 노동 등에 쓰이기 위해 거래됐다. 강간 범죄 피해 여성은 3만1878명으로 지난해보다 3725명이나 증가했다. 지참금은 1961년부터 금지됐지만 남편의 집에 현금이나 금 등을 선물하는 전통은 여전히 만연하기 때문에 충분한 지참금을 갖고 오지 못한 신부들이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에게 살해당하는 ‘지참금 살인’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지참금 살인’ 피해자는 6795명으로 집계됐는데, 77분마다 한 명꼴로 죽어 나간 셈이다. 이 중 대부분은 불에 타 죽었으며 이들의 죽음은 “주방에서 일어난 사고”로 처리됐다.
하지만 정부나 국민의 성 인지 감수성은 여전히 참담한 수준이다. 구자라트주 정부는 지난달 15일 인도 독립기념일을 맞아 2002년 반이슬람 폭동 당시 임신한 무슬림 여성을 집단 성폭행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남성들을 석방했다. 이들이 출소할 때 교도소 앞에서 기다리던 친지들은 존경의 표시로 이들의 발을 만지며 ‘영웅 대접’을 해 주기도 했다.
한편 살인이나 강간 등 중범죄 외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양상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107명의 여성이 산성 물질로 공격당했고, 15명의 여자아이가 물건처럼 팔려나갔다. 인신매매 피해자와 사이버 범죄 피해자는 각각 1580명, 2668명으로 집계됐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신고 접수는 총 13만7956건으로, 4분마다 한 번씩 신고가 접수됐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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