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역사 바꾼 나일론, 효성 기술력 통해 수소 에너지 핵심소재 진화했다

원성열 기자 2022. 9. 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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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전문전시회 ‘H2 MEET’에서 효성티앤씨 관계자가 국내 기업 최초 독자기술로 개발한 수소차 연료탱크의 라이너 소재용 나일론 수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효성티앤씨
의류의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합성 섬유의 대명사 나일론이 효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 에너지 산업의 핵심 소재로 진화했다.

효성티앤씨는 국내 기업 최초 독자기술로 개발한 수소차 연료탱크의 라이너 소재용 나일론을 개발 및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라이너는 연료 탱크의 내부 용기로 수소를 저장하고 누출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효성티앤씨의 나일론 소재는 기존에 사용되던 금속 및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라이너 소재보다 경량성, 가스차단성, 내충격성 등이 우수하다.

효성티앤씨의 이번 소재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나일론은 효성의 모태 사업이다. 효성은 1966년 동양나이론을 설립하고, 1968년 울산 공장을 완공해 나일론 섬유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산업용 섬유, 타이어코드, 에어백 등 효성의 핵심 사업으로 나일론 소재사업을 확대해 왔다.

●금속보다 가볍고 안전하다

효성티앤씨가 개발한 나일론 라이너 소재는 기존 금속 소재 대비 70%,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소재 대비 50% 가볍고, 수소 가스의 누출을 막는 가스차단성도 기존 금속 소재 대비 30% 이상, HDPE 소재 대비 50% 이상 높다.

또한 기존의 금속 소재 라이너가 상대적으로 무겁고 장기간 수소에 노출되면 취성(깨지기 쉬운 정도)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반면, 나일론 소재의 라이너는 수소 흡수력과 통기력이 낮아 취성 위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수소용기 라이너는 수소의 잦은 충전과 방전에 따른 급격한 온도차에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일론 소재의 라이너는 -40도에서 85도까지 견디는 등 온도차에 따른 내충격성도 뛰어나다.

●연간 약 2700억원 수입 대체 효과

효성티앤씨는 이번 개발을 통해 그 동안 해외 업체들이 독점해 온 나일론 소재 라이너 시장에 국내 기업 최초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소시장 전문조사기관인 H2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부터 유럽의 주요 도심지역의 내연기관트럭 운행이 제한되는 등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본격 성장해 2030년에는 연간 수소차 생산대수가 105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나일론 소재 라이너 시장의 수입 대체 효과도 2030년 연간 약 2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수소차는 물론 드론, 트램, 선박,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으로 수소 모빌리티 시장이 확대되면 수소용기용 나일론 소재 라이너는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티앤씨가 국내 기업 최초 독자기술로 개발한 수소차 연료탱크 라이너 소재용 나일론 수지. 사진제공|효성티앤씨
한편 이번 나일론 소재 라이너 개발은 효성이 수소 생산과 유통은 물론, 저장과 활용 분야를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수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효성은 국내 1위 수소충전소 공급력, 액화수소 플랜트 건립과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차용 연료탱크에 필수 소재인 탄소섬유 생산 등을 통해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해 왔다.

효성티앤씨의 나일론을 적용한 수소용기는 6월 수소용기 국제 품질 규격(UN/ECE R134) 시험을 통과해 라이너 소재로서 기능과 품질, 기술적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향후 수소연료탱크 제조업체 및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상용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60~90도까지 내온 및 내충격성 범위를 넓혀 상용 트럭의 튜브트레일러부터 남극과 적도 등 전세계 바다를 항해하는 CNG(압축천연가스) 및 수소 선박에 이르기까지 라이너 소재로 나일론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효성티앤씨의 나일론 라이너 소재 개발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된 섬유 산업에서도 기술력을 갖추면 첨단 수소 산업의 핵심 소재로 탈바꿈하는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효성이 오랫동안 쌓아온 첨단 소재와 섬유의 기술력으로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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