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1타강사 "인플레 승리선언 아직 일러..美와 금리차 중요" [이사람]
학창시절 학원 강사의 말투·목소리 흉내
그때 기억으로 쉽게 설명하니 반응 좋아
경제 어렵게 생각하지만 읽고 쓰고 반복
매일 신문 보며 '스냅샷' 기억하고 정리
요즘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인플레이션
美연준 '인플레 파이터' 역할 지속 할 것
개미는 자기 성향 파악해 분산투자 중요
ELS·단기채권펀드·배당성장주·금 주목
그의 첫인상은 '참 말을 잘하는 분'이었다. 어려운 경제 이슈와 용어, 그것들의 의미를 일상에 빗대 쉬운 말로 풀어주는 그의 화술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2000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전략으로 '수사학'이라는 책을 썼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유는 말을 아름답게 하고 설득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스스로 ‘거품’ 또는 ‘과장’이라고 겸손해하지만 '갓건영' '금융 1타 강사'로 불리는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과의 만남은 편안함으로 시작했다.
강연부터 동영상·방송까지 등장하는 곳이 워낙 많아 일반인은 그를 잘나가는 유튜버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오 부부장은 현재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자산관리를 의미하는 WM(웰스매니지먼트)과 고객의 자산 컨설팅을 하는 PB(프라이빗뱅커)는 섞여 사용되지만 오 부부장의 말대로라면 의미가 조금 다르다. 오 부부장은 WM컨설팅센터에 속한 PB들에게 금리·환율 등 거시경제 등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수많은 PB들의 선생님인 셈이다.
오 부부장은 입행하며 WM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그는 "참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은행 창구에서 적립식 펀드를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2004년. 해외 펀드를 팔기 위해 해당 국가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붙였다. 공부한 것을 회사 블로그나 함께 일하는 동료, 그리고 입행 동기들에게 짧게 정리해 공유했다. 흡사 증권사에서 매일 발행하는 거시경제 관련 리포트 같은 글이었다. 반응은 없었다. 그러다 한 이틀 글을 보내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에게 ‘오늘은 보내주지 않느냐’는 메신저를 받았다. 오 부부장은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웠다"며 "제가 쓴 글이 그냥 증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때 오 부부장에게 메신저를 건넨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 금융 1타 강사라는 별명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오 부부장은 이쪽(거시경제)을 공부하는 것이 자신과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사실 어렸을 때 오 부부장의 꿈은 학원 강사였다. "당시에는 마감 강사라고 있었어요. 지금 말로 1타 강사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요. 정말 수학 강의를 잘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을 보면서 나도 커서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린 시절 그 수학 강사의 행동이나 말투, 목소리 톤 등을 자주 흉내 내려고 했다. 오 부부장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할 때 그분처럼 하려는 게 많이 남아 있다"며 "그러니까 듣는 분들도 많이 호응해주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1타 강사로 불리는 오 부부장은 어떻게 경제를 공부할까. 그는 결국 '반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글이나 기사·영상을 세 번 이상 보거나 읽는 것은 어렵다. 오 부부장도 재미가 없다고 했다. 오 부부장은 “보통 먼저 읽고 그걸 가지고 자신이 직접 써본 뒤 쓴 내용으로 발표하고, 이렇게 하면 같은 내용을 세 번 보게 된다”며 “그리고 그 내용이 각인된다. 그렇게 매일매일 반복하면 쌓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걸어가면 보여요. 내음도 느껴지고, 사람들 표정도 보이고. 잠시 서서 어딘 가를 바라볼 수도 있고요. 저는 신문 기사가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날 그날의 순간을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책을 읽는 것은 축구장 높은 곳에서 축구 경기를 보는 것과 비슷해요. 축구를 못하는 사람도 높은 곳에서 축구장을 보면 어디에 공을 줘야 할지, 누가 자유롭게 있는지가 보이잖아요." 오 부부장은 그저 매일 나오는 신문 기사와 증권사 리포트, 그리고 책을 통해 공부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매일의 '스냅샷'을 기억해두고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서 주간 단위 또는 월간 단위로 이슈를 정리한다. 그리고 가끔씩 관련된 서적을 읽으면서 저자의 통찰과 시각을 통해 해석한 내용으로 자신의 생각을 일반화하는 식이다.
“2년 전에 기침을 하던 지인이 최근에 만났는데도 기침을 하고 있다면 어떻겠어요. 건강이 걱정된다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 지인은 예전보다 조금 기침이 줄었다고 해요. 증상이 '피크아웃'했다고 좋아해야 할까요. 지금의 인플레이션도 이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융 1타 강사가 요즘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슈는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미팅 발언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지 1년 반이 됐는데 최근 인플레이션이 조금 떨어졌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진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인플레이션이 오래가면 마음속에 인플레이션은 으레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오 부부장은 "병이 심해 정말 아픈 수술을 해야 할 경우 사람들은 수술이 하루 이틀 미뤄지면 이성적으로는 기뻐하면 안 되는데 오히려 좋아한다"며 "인플레이션이 1년 반 동안 지속돼왔는데 9.1%에서 8.6%로 살짝 내려왔다고 해서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오 부부장은 앞으로도 연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금도 파월 의장에 대해 '조금 힘들어하면 바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방향을 틀면 아무도 연준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연준의 신뢰성 문제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오 부부장의 판단으로 인플레이션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경제가 미국보다 더 불리한 상황이다. 환율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질병처럼 돼버리면 정말 무서워진다"며 "우리나라의 물가 목표가 2%임을 생각하면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많이 이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거시경제 환경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을 하기에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종목'을 추천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최근의 하락장을 겪으면서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투자 성향을 바탕으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답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분산투자 방법 네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성장주와 가치주로 나눠 투자하는 방법이 있고, 주식과 채권·예금·원자재 등 여러 자산에 투자금을 분산하는 방법, 그리고 달러화·엔화 등 투자하는 통화를 분산하는 방법과 투자 시점을 나누는 방법 등이다. 그는 "물론 분산투자는 재미없어하고 화끈한 투자를 선호할 것"이라며 "그러나 유진 파마 같은 사람이 개인투자자보다 개별 종목 투자를 잘못해서 분산투자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인플레이션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단기채권펀드, 그리고 배당 성장주와 금을 투자처로 눈여겨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오 부부장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로 '장단기 금리 차'와 '미국과 특정 국가의 금리 차'를 들었다. 이 두 지표에서 현재의 흐름과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면 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당한 유명 인사가 됐지만 오 부부장의 목표는 소박했다. 앞으로도 자신이 공부하고 분석한 내용을 대중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더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경제나 투자는 무척 어려운 영역이어서 저도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많은 분들이 공부할 때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한다”고 말한 그는 “꾸준히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며 이야기를 맺었다.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은
△1979년 서울 △서울 광양고 △서강대 사회과학부 △미 에머리대 고이주에타경영대 △미 공인회계사 △신한은행 투자자산전략부 매크로 분석 담당 △신한은행 WM사업부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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