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너마저 오르면.."가격 인상 '마지막 둑' 무너졌다"

유선희 2022. 9. 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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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오리온 2013년 이후 첫 인상.."원재료 가격 압박"
15일부터 초코파이 등 16개 제품가 평균 15.8%↑
앞서 농심 신라면·팔도 왕뚜껑 등도 인상 예고
원유가격 상승 초읽기..밀크플레이션 우려 커져
9년째 가격을 동결했던 오리온이 오는 15일부터 ‘초코파이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9년간 정을 나눴던 초코파이 너마저….’

추석이 지나도 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채소 등 농산물값 급등세 속에 연휴가 끝나자마자 라면, 제과, 우유까지 식료품 가격 인상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다.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살림이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오는 15일부터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초코파이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한다고 13일 밝혔다. 오리온이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오리온에 따르면, 가격 인상 폭은 초코파이가 12.4%, 포카칩 12.3%, 꼬북칩 11.7%, 예감 25%다. 판매가는 유통채널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편의점 판매가를 기준으로 12개짜리 초코파이 한 상자 가격은 기존 4800원에서 5400원으로, 포카칩과 꼬북칩은 각각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예감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른다. 다만, 오징어땅콩, 다이제, 고래밥, 닥터유 에너지바, 마이구미 등 44개 제품 가격은 변동이 없다.

라면 업계 1위 농심이 15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하기로 한 데 이어 팔도 역시 다음달 1일부터 라면 가격을 9.8% 인상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오리온 관계자는 “유지류·당류·감자류 등 원재료 가격이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70% 이상 상승하고, 제품 생산 시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도 90% 이상 오르는 등 원가 압박이 가중돼 왔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매출 신장에 힘입어 이익 감소를 방어해왔으나,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값을 올리게 됐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향후 원부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이 하향 안정화할 경우, 제품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인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9년째 가격을 동결했던 오리온마저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도미노의 ‘마지막 둑’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리온 외에도 식품업계 가격 줄인상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라면 업계 1위 농심 역시 15일부터 라면 26종, 스낵 23종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와 5.7%씩 올리기로 했다.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은 10.9%, 너구리는 9.9%, 짜파게티는 13.8% 오른다. 신라면 판매가는 편의점 기준으로 1천원이 됐다. 이어 팔도 역시 다음달 1일부터 라면 12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인상 폭은 팔도비빔면 9.8%, 왕뚜껑 11.0%, 틈새라면빨계떡 9.9% 등이다.

업계에서는 삼양과 오뚜기도 곧 라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업계가 이견을 보였던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원유 기본 가격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 시민이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우유 가격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업계가 그간 이견을 보였던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한 뒤 원유 기본 가격 인상 논의를 시작했다. 낙농업계는 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최고 수준의 가격 인상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으로 업계에서는 현재 평균 2758원(서울우유 1ℓ 기준)인 흰우유 제품 판매가가 3천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뿐 아니라 버터, 치즈,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 유가공 제품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이미 예정된 터라 인상 폭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라며 “그에 따라 우유 가격은 조정될 수밖에 없고, 나머지 유가공 제품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한 시민이 배추를 구매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일 기준 배추(1포기)의 소매가격은 8769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5%가량 뛰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렇게 ‘더 오를 일’만 남은 식품 가격과 함께 농산물 가격 폭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9월 농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줄고, 고온다습한 날씨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태풍 힌남노가 강타하면서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추석 연휴 직전인 8일 기준으로 배추는 한 포기에 평균 876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53원)에 견줘 73.5% 비싸졌다.

이에 치솟는 물가에 공포심마저 느낀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주부 손아무개(67)씨는 “예전엔 돈 없는 서민은 ‘라면에 김치’로 한끼를 때운다고 했지만, 이젠 그마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택시요금도 오른다고 하고, 전기·가스 요금 인상 얘기도 흘러나오니, 뉴스를 보는 게 무서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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