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바이오도 美서 생산" 180일내 '바이오 패권 전략' 보고 지시
문병기 기자 2022. 9. 13. 13:3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바이오 산업도 미국 내 제조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0일 이내에 미국 내 바이오 제조 역량 확대를 위한 전략을 개발해 보고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 산업 패권 유지를 위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기업에 끼칠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이든 “미국, 세계 어디에도 의존할 필요 없어”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의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에서 발명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바이오 산업에서 해외 원료와 제조에 너무 많이 의존해왔다”며 “과거 미국 핵심 산업에 대한 ‘오프쇼어링(국외 이전)’은 중요 화학 물질과 의약품 성분 등 원료에 대한 접근 능력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취약한 공급망을 미 전역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국내 공급망으로 대체하는 이번 이니셔티브는 바이오 제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기업이 이끄는 생명공학 연구개발(R&D)과 한국과 중국 인도 등이 미국 바이오 기업과 협력해 위탁생산(CMO)해오던 기존 산업구조를 바꿔 R&D뿐만 아니라 바이오 제조업까지 미국이 주도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직후 매사추세츠주 ‘존 F. 케네디 도서관’에서 가진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cancer moonshot)’ 연설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명을 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우리는 생명공학을 이곳, 미국에서 제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오늘 미국에서 발명한 생명공학이 미국에서 제조 되도록 보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유”라며 “생명공학과 바이오 제조에서도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니셔티브로 일자리 창출과 가격 인하뿐만 아니라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며 “세계 어떤 곳에도 의존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바이오 패권 전략’ 지휘…국내 기업은 우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회의를 열고 미국 내 바이오 제조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바이오 제조 투자 계획에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바이오 제조 의존도를 낮추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경제선임보좌관이 180일 이내에 국방장관 상무장관과 협의해 보건, 에너지, 농업 분야 등을 포괄하는 미국 내 바이오 제조 역량 확대를 위한 정책 권고를 포함하는 전략을 개발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또 농무장관은 1년 안에 미국 내 생명공학 기반 제조업 확대를 통해 바이오매스(생물자원) 같은 친환경 연료 공급망을 지원하는 계획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40일 이내 미국 기술을 활용한 해외 바이오 산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보고해야 한다.
국내 주요 제약 및 바이오 기업들은 바이오 산업으로 확대된 바이든 행정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주요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해 미국 기업의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생산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원 등에 나서면 국내 기업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미국 정부가 바이오 의약품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한다면 국내 기업이 일부 영향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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