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메이드 인 USA, 中 견제라지만.. 韓 CMO·CDMO 불똥?

지용준 기자 2022. 9. 1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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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자국 바이오 산업 보호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주도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바이오 원료와 제품 생산을 미국에서 이뤄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으로 중국을 겨냥한다지만 국내 바이오 산업계에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등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영향이 미칠 수 있어서다.

미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지속가능하고 안전하며 안심할 수 있는 미국 바이오경제를 위한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혁신 증진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백악관은 오는 14일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투자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이 생명공학과 바이오 분야에서 리더십과 경제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분야 등에 투자를 강화하는 게 이번 행정명령의 골자다.

백악관 측은 "행정명령을 통해 수십년 동안 미국의 생명공학 리더십과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규정할 분야에 대한 연방정부의 투자를 촉진해 미국 내 바이오 제조 능력과 공급망을 확장·강화하겠다"며 "일자리 창출과 소비자들을 위한 물가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 같은 결정은 중국 내 바이오 생산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중국 바이오 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미 고위 당국자는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관련 산업에서의 미국의 리더십과 경쟁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CDMO에 방점 찍은 한국 바이오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국 바이오산업에서 CDMO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날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의 구체적인 방안 발표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면서도 "바이오 산업에는 석유 기반 일반 케미컬이나 미생물 조작 등도 바이오 제조에 포함돼 있는 만큼 국내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 CDMO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영향력은 크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4위에 위치해 있다. 이외에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CMO 사업을 영위하는 셀트리온은 12위, 백신 개발 및 CDMO 사업을 진행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42위이다.

이들 기업 모두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생산 중인 미국발 위탁생산 물량이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자칫 생산지 변경이 강제될 수 있어서다. 사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 노바백스의 백신을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셀트리온 역시 테바의 편두통 신약 아조비를 위탁생산한다. 이들 기업은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 등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노골적인 자국산업 보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반도체 과학법'과 미국·일본·한국·타이완 등 4개국 간의 반도체 동맹인 '칩4 동맹' 추진에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자국 우선주의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에너지와 의약품 물가를 잡겠다는 의도로 진행된 법안이지만 한국 전기차 산업에 미치는 비중은 매우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내 전기차 영향력을 키우던 현대차와 기아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기에 현대차와 기아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국내 배터리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선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 비중을 2023년 50%에서 2029년 100%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진전된 내용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령 반도체처럼 미국이 현지 바이오 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된다면 여러 국내 기업이 현지 진출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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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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