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만난 '한국야구'..김성근 고문 "150km는 더 이상 답이 아니다"

안승호 기자 2022. 9. 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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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로 몇 차례 한국프로야구 접근
KBO 투수들 제구 부족 크게 보여
한일리그 외인선수 희비 근본 원인
구속 폭증시대..일본은 150km대 수두룩
김성근 소프트뱅크 코치 고문. 박민규 선임기자



김성근 소프트뱅크 감독 어드바이저(고문)는 올시즌으로 5년째 일본프로야구에서 지도자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는 코칭스태프로 1군과 동행하며 역할이 커져있다. 일본프로야구와 동시간대에 경기가 열리는 한국프로야구를 근거리에서 들여다볼 기회는 아무래도 많지 않다. 그러나 TV에서 한국프로야구가 나올 때면 늘 주의 깊게 지켜보는 모양이다.

김 고문은 지난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최근 몇 차례 TV를 통해 본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말하자면 좋은 것 하나, 나쁜 것 하나다. 하나는 투수들의 구속이 좋아졌다는 점, 또 하나는 투수들의 제구력은 좋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김 고문이 그중에서도 주목한 것은 한국 투수들의 제구 문제다. 김 고문은 “우리 투수들은 아무래도 컨트롤이 없다. 구속은 빨라졌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이곳만 하더라도 150㎞ 이상 던지는 투수가 수두룩하다. 구속만으로 안 되는 시대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소프트뱅크 팀내 투수 자원에 관한 얘기를 살짝 곁들였다. “리그 전체는 말할 것도 없이 소프트뱅크만 하더라도 150㎞를 넘겨 던지는 투수가 2,3군까지 보자면 열 몇 명이 족히 된다. 지금은 160㎞ 가까이 던지는 투수도 2군에 있다. 제구가 안되면 올라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최근 한국프로야구와 일본프로야구 사이를 오가는 외국인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근원적으로는 투수들의 제구력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진단했다.

2020시즌 두산에서 20승2패 평균자책 2.54를 기록한 우완 라울 알칸타라가 이듬해 일본프로야구 한신에 입단해 선발 자리를 지키지 못한 끝에 3승에 그치고, 불펜투수로 뛰는 올해도 1승 평균자책 4.70으로 부진을 보인 것이 하나의 사례로 외국인선수를 통해 양리그의 차이가 다시 드러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알칸타라 뿐 아니라 지난해 LG에서 10승 평균자책 2.18을 기록한 앤드류 수아레즈는 올해 야쿠르트 입단 뒤 1군 마운드에 서는 것조차 버겁다. 반대로 지난해 야쿠르트에서 주로 불펜투수로 뛰며 5승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 3.62를 기록한 앨버트 수아레즈는 올해 삼성 입단 뒤 선발로 뛰며 승운이 따르지 않아 4승만 거뒀지만 평균자책 2.45로 좋다. 지난해 일본리그에서 1.48이던 WHIP도 한국으로 와서는 1.17로 개선됐다.

제구력은 한복판에 스트라이크를 넣는 능력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양 사이드와 상하의 보더라인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벗어나 밋밋하게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게 이른바 실투다. 김 고문은 “결국 실투 차이”라고 말했다.

외국인타자의 경우, 실투를 때릴 기회의 변화에 직면한다.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는 한국에서 뛸 때보다 실투를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 외국인투수의 경우라면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코너워크를 하면 버텼지만 일본에서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타자들이 때리기에 용이해 보일 수 있다.

투수별로 제구가 어려운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제구를 잡는 방법도 한두 가지일 수 없다. 김 고문은 문제의식을 갖고 가면서도 어떤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한국야구가 인프라 개선 등으로 하드웨어의 성장을 이뤄가면서도 이를 채우는 소프트웨어, 즉 경기력을 놓고는 리그 전체가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이같은 얘기는 내년 봄이면 조금 더 다양한 시각에서 구체화돼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에는 4년만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다시 열린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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