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고령층이 취업 뛰어든 이유는..슬픈 자화상

류난영 2022. 9. 13. 12: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율 2010년대비 7.3%p 상승
집값 폭등한 2017~2021년 가난한 고령층 취업 6.7%p 늘어
청년층은 낮은 혼인율·고학력으로 노동공급 늘어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아파트 값이 3년 6개월 만에 25개 구에서 모두 하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고 있다. 2022.08.19.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60세 이상 고령층의 노동 시장 참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고령층 가구 간 자산불평등 확대가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또 낮은 혼인율과 높은 대학진학률 등으로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도 늘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노동공급 확대 요인 분석: 청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29세 청년층과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 대비 각각 4.0%포인트, 7.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30~59세 핵심노동연령층의 경활 상승률(2.0%포인트)과 비교해 큰 폭 늘어난 것이다.

한은은 고령층 노동공급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자산불평등 확대'를 지목했다. 고령층 가구의 순자산을 3분위로 나누어 보면 2017년 대비 지난해 모든 분위에서 순자산이 증가했으나, 증가폭은 순자산이 많을수록 크게 나타나 자산불평등이 확대됐다.

순자산 분위별로 고령층 가구주의 취업 비율을 보면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던 2017년 대비 지난해 순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3분위의 가구주 취업 비율은 소폭 하락(-0.3%포인트)했으나, 자산 증가율이 낮은 1분위의 경우 오히려 6.7%포인트 상승했다.

송상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2017년에서 2021년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많이 상승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최근 다른 연구 결과를 봐도 절대적으로 부가 늘었으나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 질 경우 자신들이 가난해 졌다고 느끼고 노동 공급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이러한 현상은 자산가격 상승과 맞물린 자산불평등 확대로 인해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계층을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확대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생활비 부족 등 재정적 사유가 고령층 노동공급 확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진단했다. 건강 유지, 일하는 즐거움 등의 사유로 경제활동 참여를 원하는 고령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생활비 등 재정적 사유가 고령층 노동공급 확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층 중 나이 및 현재의 직업유무와 상관 없이 계속 근로하기를 희망하는 인구 비중은 2015년 53.0%에서 지난해 62.6%로 9.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의료비 증가, 기대수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재정적 사유로 계속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주로 기인한다. 재정적 사유로 계속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층은 2016~2021년 중 연평균 25만1000명 증가해 여타 요인(15만5000명)보다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이와함께 공공부문 노인일자리의 증가도 민간부문에서 취업이 어려운 저학력 취약계층의 노동공급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청년층의 경우는 높은 대학진학률, 낮은 혼인률 등 사회현상이 노동공급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노동공급이 활발한 고학력자(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비중이 2015년 19.3%에서 올해 상반기 22.1%로 상승한 점이 청년층 노동공급 확대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학력자의 경우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임금도 높아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높다. 실제 2015년~올 상반기 기준 청년층 저학력자 경활률은 평균 39.3%에 불과한 반면, 같은기간 고학력자 경활률은 77.6%로 나타났다.

기혼여성보다 미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더 활발한 가운데, 25~29세 여성의 미혼 비율이 상승한 점도 청년층 노동공급 확대에 기여했다. 2015년~올 상반기 기준 25~29세 기혼여성과 미혼여성의 경활률은 각각 53.8%, 81.3%로 큰 차이를 보인 가운데, 같은 연령대 여성의 미혼 비율은 2015년 71.7%에서 올 상반기 85.1%로 13.4%포인트 상승했다.

이와 함께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 가구주의 증가도 청년층 노동공급 확대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들어 주거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금융부채도 증가하고 있어 청년층 가구주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은은 청년층의 노동공급이 중장기적으로도 지속 확대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과장은 "출산에 대한 경제적 지원 확대, 어린이집 설치 의무화 기준 변경 등을 통해 청년층 여성이 결혼·출산 후에도 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기대수명 증가로 고령층의 노동공급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의 노동공급 확대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