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들아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까지 앞두고 민생 불안
추석 민심 심상치 않자 똑같이 '민생' 외치는 여야
하지만 정쟁 계속되고 있는 여당에 대표 리스크에 시달리는 야당
민생 제대로 챙길 수 있을 지 우려
정기국회라도 제대로 운영하고 내년 예산 민생 예산될 수 있도록 잘 심의해야
"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이 문구는 역대 가장 유명한 선거 캠페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1992년 미 대선에서 클린턴은 이 문구 하나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걸프전의 승리로 지지율이 하늘로 치솟던 조지 부시는 대선 승리를 낙관했지만, 미국의 불황과 경기침체로 인한 민심이반을 정확히 꿰뚫지 못해 재선에 실패했다.
민심은 결국 민생과 직결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민생은 어떤가. 요즘 라면에 김치 먹는 것이 사치라는 말이 돌아다닐 정도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5천 원에 이르니 '김치가 금치'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여기에 김치와 함께 먹어야 할 서민음식 라면 값까지 인상될 조짐이다.
5월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6%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가 치솟고 있는 것은 국내외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태풍과 이상기후로 농산물 값이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입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해지고, 원료를 수입해 만드는 국내 식료품 가격이 함께 오르고 있다. 원유 가격은 안정되고 있지만, 언제 급등할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전기와 가스요금 같은 공공요금도 10월에 또 인상된다.
계속되는 달러 강세는 우리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우리 물가를 지난 상반기 동안 0.4% 포인트 올려놨다. 주머니 사정은 궁핍한데 물가는 오르고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까지 늘어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추석 민심이 어땠을지 짐작된다. 그래서인지 여야는 추석이 끝나자마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민생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여야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외치는 민생구호를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여당은 13일 두 번째 비대위를 구성했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을 떠안았고, 비대위원도 인선됐다. 출범 한지 불과 넉 달 된 집권 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그것도 두 번씩이나 구성하는 기이한 상황을 보고 있다. 그마저도 법원에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또 해체해야 할 판이다.
퇴출된 여당의 전 대표는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과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비대위 구성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해 결국 비대위를 해산시켰고, 두 번째 비대위 역시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퇴로 없는 싸움으로 정당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여당에게 과연 어떤 민생대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당 역시 이재명 대표의 수사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 된 데 이어 '대장동, 위례 신도시'와 '변호사비 대납의혹', '쌍방울 횡령 의혹'등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검찰의 과잉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수사 대상인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기국회를 앞둔 여야가 모두 법원과 검찰의 처분만 바라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정치는 실종되고 법정 싸움만 남았다. 정치를 정당이 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과 검찰이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태풍 피해는 아직도 복구되지 않고 있다. 최대의 제철소 포항 제철의 하루 매출 손실은 500억에 이르고 있다. 김치조차 맘껏 담아 먹지 못할 정도로 물가는 오르고, 환율은 불안하다.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은 우리를 상대로 불공정한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민생이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내년 예산은 어느 때보다 민생예산이 돼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당 내의 분란도 제대로 수습 못하면서, 여야는 여전히 기 싸움만 벌이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정기국회 제 때 열어서 내년 예산이라도 올바르게 심의해줬으면 좋겠다. 민심을 얻으려면 경제부터 챙겨야 한다.
"It's the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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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영기 논설위원 cbsmy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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