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우는 짜고 치는 놈들을 싹 갈아엎을 수 있을까('멘탈코치 제갈길')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9. 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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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놈도 짜고 치는 놈은 못 당한다. 짜고 치는 판엔 절대 끼지 말도록 하여라." 도박으로 감옥까지 가게 된 제갈한량(윤주상)이 아들 제갈길(정우)에게 남긴 그 말은 tvN 월화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 이 마주하고 있는 대결상대를 보여준다.

그래서 <멘탈코치 제갈길> 은 제갈길이 차가을로 대변되는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청춘들의 든든한 멘탈코치이자 지지대가 되는 이야기지만, 동시에 이 '잘못된 판'을 고쳐나가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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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코치 제갈길', 체육계 비리로 이 드라마가 꼬집는 현실

[엔터미디어=정덕현] "운 좋은 놈도 짜고 치는 놈은 못 당한다. 짜고 치는 판엔 절대 끼지 말도록 하여라." 도박으로 감옥까지 가게 된 제갈한량(윤주상)이 아들 제갈길(정우)에게 남긴 그 말은 tvN 월화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이 마주하고 있는 대결상대를 보여준다. 그건 '짜고 치는 놈들'이다.

이른바 '각본 없는 드라마'라 일컬어지는 스포츠계에 각본이 있다? 그들은 선수부터 코치, 심지어 심판까지 같이 각본대로 짜고 친다. 태권도 선수였던 제갈길이 태권도를 때려 치고 이름처럼 '제 갈 길'을 선택하게 된 건 아버지의 말대로 짜고 치는 판을 제대로 알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국가대표 출신 멘탈코치가 되어 자신의 이 거지 같은 경험을 담아 '노력의 배신', '나는 열심히 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책을 쓰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노력과 실력으로 도무지 얻어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열심히 하지 않기로 했고, 그런 이야기를 건네는 위로로 먹고 살게 된 것.

<멘탈코치 제갈길>은 어찌 보면 심각하기 그지없이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이 현실을 스포츠라는 세계를 통해 그려낸다. 빙상계의 유망주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차가을(이유미)이 몇 년 간 국가대표에 발탁되지 못한 것도 알고 보면 자기 맘대로 '판을 짜고(이걸 그들은 작전이라고 한다)' 자기가 원하는 선수를 이기게 만드는 사실상 '승부조작' 때문이다.

이미 우리에게는 승부조작으로 얼룩진 빙상계 사건으로 잘 알려진 일이지만, 작가는 이 사건이 스포츠계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멘탈코치 제갈길>을 통해 말하려고 한다. 힐링이니 위로니 하는 말들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쏟아져 나오고, 노력이 '노오력'으로 쓰이며 그 가치가 우스워지는 '짜고 치는 판'이 스포츠계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것.

결국 제갈길은 그 판이 더러워 도망친 것이라는 걸 차가을은 콕콕 짚어낸다. "결국 재활도 운동도 심리치료도 다 포기한 거잖아요? 그냥 그렇게 살기로, 열심히 하지 않기로 했다, 노력의 배신이다, 자기 불행 팔아먹고 남 탓 세상 탓 하면서 도망간 거잖아요. 포기한 거잖아요?" 그건 아프지만 사실이다. 제갈길은 도망은 아니라 탈출이고, 포기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며 "관점을 바꾸면 다른 인생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 자신이 도망침으로써 바뀌지 않는 현실과 그래서 자신과 똑같은 일을 겪는 청춘들이 있다는 걸 겪게 된다. 멘탈코치를 맡았던 선수가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차가을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또다시 저들이 짠 판에 피 흘리며 무너진다. 마지막 경기에서 다친 다리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걸어 다니며 '제 갈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제갈길은 그 현실을 마주하고는 다리의 통증을 느끼며 주저앉는다. 그는 벗어나지 못했고 제 갈 길을 찾지 못했으며 이 일들을 외면하고 도망치는 것으로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멘탈코치 제갈길>은 제갈길이 차가을로 대변되는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청춘들의 든든한 멘탈코치이자 지지대가 되는 이야기지만, 동시에 이 '잘못된 판'을 고쳐나가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짜고 치는 놈들'은 피할 게 아니라 맞서 싸워야 하고 그래서 바꿔 나가야 더 이상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청춘들의 날갯짓이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첫 회 만에 이 드라마는 지금의 청춘들이 마주하게 된 세상에 대한 만만찮은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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