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가장 중요한 고로는 모두 살려냈다..압연공정은 아직
태풍 힌남노로 인한 집중호우와 침수 피해로 사상 처음 가동이 전면 중단됐던 포스코 포항체절소가 고로(용광로) 3기를 13일 모두 정상화하면서 쇳물을 받아 반제품 생산을 재개했다.
포스코는 이날 “포항체절소가 고로 3기 및 일부 제강공장 정상 가동으로 철강반제품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포항제철소는 지난 6일 기록적인 약 400mm 폭우와 인근 냉천 범람으로 광범위한 침수 및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이번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 3기(제2호·3호·4호) 모두 휴풍(고로에 바람을 불어넣는 송풍작업 중단)에 들어간 상태였다. 포스코는 이날 “지난 10일 3고로, 지난 12일 4고로와 2고로가 순차적으로 가동에 돌입해 포항제철소의 모든 고로가 정상가동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포스코가 철광석에 든 철을 뽑아내는 일관제철소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인 고로의 쇳물 생산은 정상화한 것이다. 거꾸로 고로의 쇳물을 빼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는 넘어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중간재를 만드는 공정이 망가져 만약 쇳물이 1주일 넘게 정체될 경우 고로 자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어서다.
다만, 중간재인 슬래브 등을 만드는 ‘제강공정’과 이를 가지고 최종 제품인 각종 강판 등을 만드는 ‘압연공정’을 통칭하는 하공정은 아직 차질을 빚고 있다. 주요 하공정은 현재 절반 정도 복구된 상태라고 포스코는 밝혔다. 포스코에 따르면 전로(쇳물을 정련하는 용광로) 7기 가운데 4기, 연주(쇳물을 반제품인 ‘슬래브’로 만드는 설비) 8기 중 4기가 이날 재가동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압연 설비의 복구 시점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압연은 철강 반제품에 열과 압력을 가해 강판 등으로 만드는 최종 가공작업을 말한다. 압연 라인의 배수 작업은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설비에 묻은 진흙을 제거하고 말린 뒤 분해·수리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압연 공정의 최종 복구까지 6개월 넘게 걸릴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일부 슬래브 등 반제품은 광양제철소로 보내서 제품으로 생산해 긴급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포스코 측은 “압연라인의 배수 작업은 80% 정도 마무리됐다”며 “우선 가동이 필요한 1열연공장과 3후판공장은 배수가 완료돼 전원 투입을 시작했지만, 압연라인의 지하시설물 복구가 마무리돼야 정확한 피해 규모 추산 및 압연라인 복구·가동 계획이 수립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제철소발 공급난은 주요 산업들에 골고루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쇳물은 국내 연간 생산량의 35%를 차지한다. 포스코로부터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는 자동차용 강판 등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을, 삼성전자·LG전자 등은 냉연강판을 공급받아 완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현재 비축돼 있는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복구작업이 완료되지 못하면 공급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포스코 역시 생산량 감소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한 처지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쌓여 있던 철강 재고를 소진하고 철강 가격이 반등하는 등의 부수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전반적인 생산·판매량 타격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7.1% 감소한 1조6482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 수급 안정화 및 고객사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날부터 비상출하대응반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포스코는 “보유 중인 재고의 신속한 출하로 고객사 수급안정화에 최우선 대응한다는 방침”이라며 “수리 일정 조정 등을 통해 광양제철소를 최대 생산체제로 전환하고, 고객사의 긴급재는 광양제철소로 전환생산을 통해 우선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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